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한국 천주교회가 최초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11 ㅣ No.996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한국 천주교회가 최초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聖敎要理問答)》

 

 

154개 문답으로 배우는 교회의 근본 교리

 

박해시대 우리 교회에서 널리 쓰였던 대표적인 교리서 《성교요리문답》은 한국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로 일명 《사본요리(四本要理)》로 불렸다. 중국 교회에 널리 보급되어 있던 같은 이름의 한문본에서 ‘요경육단(要經六端)’과 ‘성교요경(聖敎要經)’을 제외하고 번역한 것이다. 《사본 요리》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네 가지 성사 즉 세례성사와 고해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를 중심으로 근본 교리에 관한 요점을 설명한 책이다. 근본 교리에 대한 설명을 ‘문답(問答)’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54개 문항으로 분류하여 문답식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1837년,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한문본 들여와 번역

 

한문본 《성교요리문답》은 조선교구 제2대 교구장인 앵베르(Imbert) 주교가 조선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 여러 해 동안 선교 사업을 하면서 이용하다가 조선에 들어올 때 가지고 들어와 전교에 이용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앵베르는 조선에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예비신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경문 번역에 착수하였고, 《성교요리문답》의 번역도 이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앵베르 주교는 입국한 지 2년도 못 되어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고 말았다. 1860년경 최양업(崔良業) 신부는 ‘보다 정확하고 완전한 교리서의 간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었다. 아마도 이때 번역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거나 이미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864년 베르뇌(Berneux) 주교에 의하여 처음으로 간행되었고, 1886년에는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있던 조선 교회의 성서 활판소에서도 간행되었다.

 

 

1864년 초판 이래 7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유일무이한 교리서

 

《성교요리문답》은 한국천주교회의 교리서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는 물론, 교리 용어의 변모 과정과 교회 서적의 한글 번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 권으로 된 이 책은 1864년 초판이 나온 이래 목판 또는 활판으로, 한글 또는 국한문혼용으로 수없이 판을 거듭하였다. 1934년에 새로운 교리서인 《천주교요리문답》이 나오기까지 7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유일무이한 교리서로 사용되었다. 1864년에 목판으로 인쇄된 《성교요리문답》은 다블뤼(Daveluy) 신부가 번역하고, 베르뇌 주교가 감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최양업 신부의 보고 내용으로 보아 그도 이 책의 번역 작업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문답으로 배우는 네 개의 주요 성사

 

《성교요리문답》에서는 은총을 얻는 방법으로 성사를 강조하여 신앙의 실천에 근본이 되는 성사로서 세례성사, 고해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네 가지를 다루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세례성사이다. ‘영세 문답’에서 70조목에 걸쳐 신자들에게 요구되는 교회의 근본 교리를 제시하면서 천주존재, 강생구속, 원죄와 본죄, 수난과 부활, 영혼불멸, 상선벌악 등을 설명하여 교회와 성사에 관해 상세히 가르치고 있다.

 

‘영세 문답’이 새내기 신자에게 필요한 주요 교리를 전반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면, ‘고해 문답’에서는 37조목에 걸쳐 올바른 삶을 통해 하느님과 통교(通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함으로써 새로운 신앙을 계속해서 확인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이어 ‘성체 문답’ 32조목과 ‘견진 문답’ 23조목에서는 신자들이 추구해 나가야 할 새로운 가치관과 올바른 삶의 형태를 강조한다. 이렇듯 《성교요리문답》에서는 교회의 근본 교리와 실천적 덕목들을 요약해서 전한다.

 

 

맺음말

 

《성교요리문답》이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공식 교리서가 된 것은 이 책이 문답 형식으로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된 교리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네 가지 성사에 대한 문답을 통해 초월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일깨우고, 조선의 백성들이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임을 알려주었다. 신분제에 갇혀 있던 당시의 신자들에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혼을 가진 고귀한 존재라는 천주의 가르침은 그 자체로 은총이자 굳은 믿음이었다. 《성교요리문답》에는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과 믿음이 담겨 있다.

 

 

참고 문헌

 

• 조광, 「신앙 유산, 새 생명에의 초대 - 주고받는 말 속에서 밝혀진 믿음: 성교요리문답」, 《경향잡지》 1992년 4월호, 84~87쪽.

• 한국학중앙연구원, ‘성교요리문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10.

• 한국교회사연구소, 《가톨릭대사전 7》, 1999.

• 주교회의매스컴위원회, 《천주교 용어자료집》, 2011.

 

[평신도, 2018년 가을호(VOL.61), 정리 이귀련 편집위원]



1,98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