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 (일)
(백)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세계교회ㅣ기타

성화와 한의학: 환각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17 ㅣ No.507

[성화와 한의학] 환각

 

 

“카이사리아에 코르넬리우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탈리아 부대라고 불리는 군대의 백인대장이었다”(사도 10,1). 그가 이끄는 군대는 이탈리아 출신의 로마 시민권을 가진 병력으로 구성되어 ‘이탈리아 부대’로 불렸으니 위세가 당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군대의 백부장은 의외로 선량한 사람이었나 보다. 사도행전에서는 코르넬리우스를 ‘신심이 깊은 그는 온 집안과 함께 하느님을 경외하며, 유다 백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고 늘 하느님께 기도하는 이’(10,2 참조)라 말하고 있다. 주둔군 장교였지만 식민지 유다인들의 존경도 받던 그가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를 만난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의 만남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어느 날 하느님의 천사가 코르넬리우스의 환시 중에 나타나 말하였다. “너의 기도와 너의 자선이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 좋게 기억되고 있다. 이제 야포로 사람들을 보내어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데려오게 하여라”(4-5절). 하느님의 계획이기에 반갑지 않은 만남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의 만남을 베르나르도 카발리노의 그림 ‘성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백인대장’으로 만나 보자. 카발리노는 나폴리의 거장 카라바조의 직계인 바로크 화파에 속하는 화가이다.

 

그림에는 많은 인물이 그려져 있다. 야포에서 베드로와 함께하던 형제와 할례받은 신자들, 코르넬리우스의 친척과 친구들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가 그려져 있는데, 놀랍게도 코르넬리우스가 베드로의 발 앞에 몸을 숙여 절하고 있다. 베드로는 그런 그를 일으키며 “일어나십시오. 나도 사람입니다.”(26절)하고 말한다. 코르넬리우스는 베드로를 예수님께 대하듯 극진히 예우한다. 상대를 마음으로 따르며 맞아들이는 만남이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의 환시

 

코르넬리우스가 “주님께서 선생님께 지시하신 모든 말씀”(33절)을 듣고 싶다고 청하자 베드로는 이렇게 설교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하느님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35절). 그러고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일러 준다.

 

이때 성령께서 말씀을 듣는 모든 이에게 내리셨다. 다른 민족들에게도 성령의 선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란다. 베드로는 코르넬리우스를 비롯해 성령을 받은 모든 이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라고 지시하였다(48절 참조).

 

그런데 베드로는 어째서 생면부지의 코르넬리우스를 만나러 간 것일까? 베드로도 코르넬리우스와 마찬가지로 그즈음 환시를 보았기 때문이다. 네발 달린 짐승들과 땅의 길짐승들과 하늘의 새들이 들어 있는 큰 아마포 같은 그릇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경이었다(11-12절 참조).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15절)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환시가 무슨 뜻일까 하며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베드로는 코르넬리우스를 만난 뒤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는다. 이방인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거룩한 자손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써 첫 이방인 세례자가 나왔다. 하느님의 계약이 예수님과 성령을 통해서 이방인들과도 새롭게 이뤄지는 순간이다.

 

코르넬리우스는 이방인으로서 첫 번째로 세례받은 신자가 되었다. 전승에 따르면 뒷날 그는 카이사리아의 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터키의 북서쪽 지역인 스켑시스라는 도시로 선교하러 갔다가 그곳의 주교가 되었다고도 한다. 여하간 그는 환시 중에 본 천사의 말에 따라 베드로를 만나 더 거룩하게 변모한 것이다.

 

 

환각의 세계

 

놀랍게도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모두 환시를 겪었고, 이 환시를 통해 서로 만났다. 이는 모두 하느님의 뜻이다. 프란치스코, 브루노 성인과 잔 다르크 성녀가 본 환시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환시나 환청, 나아가 실체적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데도 지각하는 냄새, 맛, 감각 등을 포괄하여 환각이라고 한다. 환각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다. 증상에 따라 원인도 다양하지만, 일상 중에 환각을 겪는 대다수 원인은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 질환일 수 있다. 특히 환각제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중독성 정신증일 때가 많다. 독한 양주인 압생트의 애주가였던 빈센트 반 고흐가 여기에 속한다.

 

알코올 의존증은 우울증과 불안증, 운동 마비, 보행 곤란, 의식 혼미 등과 같은 증상이 수반되는 환각을 일으킨다. 「동의보감」은 술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술은 오곡의 진액이고 쌀누룩의 정화인데, 비록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상하게도 한다. 왜냐하면 술은 몹시 열하고 몹시 독하기 때문이다. 몹시 추울 때 바닷물은 얼어도 오직 술만은 얼지 않는 것은 열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쉽게 흐려지는 것은 그것이 독하기 때문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그 독기가 심장을 침범하고 장이 뚫리고 옆구리가 상하고 정신이 착란하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그러니 잠언 말씀의 충고도 잊지 말자. “빛깔이  좋다고  술을  들여다보지  마라. … 결국은 뱀처럼 물고 살무사처럼 독을 쏜다. 네 눈은 이상한 것들을 보게 되고, 네 마음은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게 된다”(23,31-33). 술 때문에 환시나 환청이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술은 ‘백약지장’, 곧 ‘온갖 뛰어난 약 가운데서 으뜸’이라는 뜻도 있지만, 절제해야 마땅하다.

 

* 신재용 프란치스코 - 한의사. 해성한의원 원장으로, 의료 봉사 단체 ‘동의난달’ 이사장도 맡고 있다. 문화방송 라디오 ‘라디오 동의보감’을 5년 동안 진행하였고, 「TV 동의보감」, 「알기 쉬운 한의학」, 「성경과 의학의 만남」 등 한의학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을 여러 권 냈다.

 

[경향잡지, 2018년 7월호, 신재용 프란치스코]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c/cavallio/centurio.jpg



3,32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