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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인터넷의 어두운 면, 다크넷: 교황의 권고와 교회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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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17 ㅣ No.1111

[경향 돋보기 - 인터넷의 어두운 면, 다크넷] 교황의 권고와 교회의 대응

 

 

사제품을 받은 뒤 첫 강론 때 신자들에게 이렇게 부탁드렸다. “사제관 창문에는 악마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합니다. 사제를 유혹해서 망치게 하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악마들은 교우들이 화살기도를 한 번 날릴 때마다 하나씩 떨어진다고 하네요! 그러니 저희 사제들을 위해 자주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꽤 시간이 지난 요즘 미디어 예방 교육을 나가면 꼭 이런 당부를 한다. “예전에는 사제관 창문에 가득히 붙어 있던 악마들이 요즘은 모두 다른 창문으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느 창일까요? ‘윈도 창’, 그리고 ‘인터넷 창’(브라우저)입니다. 요즘 마귀들은 인터넷에 죽치고 앉아서 떵떵거리며 배부르게 먹고 산답니다. 우리 모두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신자들의 인터넷 창이 깨끗하길 기도합시다.”

 


악한 영의 네트워크인 다크넷에 대한 교황의 경고

 

지난해 10월 6일 ‘디지털 세계에서의 아동 존엄’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디지털 세계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날의 연설은 지난날 교회가 저지른 아동 성추행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우리가 어릴 적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인터넷상의 여러 문제, 특히 포르노의 습관적 사용을 넘어 아동 음란물까지 유통되는 사악한 측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한 교황은 ‘다크넷’(dark net)이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사용한다. 교황이 직접 언급한 인터넷의 어두운 면인 ‘다크넷’은 일반인은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왜냐하면 특정 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이트 운영자나 이용자조차 추적할 수 없는 숨겨진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무기와 마약 거래, 아동 음란물 유통에 사용되는 사악한 통로 구실을 하는 ‘다크넷’, 이 위험으로 가득한 공간이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 그리고 교회의 미래마저 위협하고 있다.

 

 

돈만 되면 무엇이든 하는 인터넷 세상의 악마들

 

“‘다크넷’에서 악령이 새롭고 효과적이며 설득력 있게 확장하고 있다.” 교황의 말처럼 인터넷 세상에만 들어서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교활하게 욕망을 부추기고 돈벌이하는 수많은 어둠의 자녀가 존재한다. 숨겨진 인터넷 세상은 악령에겐 기회로 가득한 ‘블루오션’이고, 우리 그리스도인에겐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는 소돔 땅처럼 느껴진다.

 

교황의 경고처럼, 오늘날 “다크넷과 같은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하게 행해지고 있다. 교회는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아동과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이 해악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우리 자녀를 위협하는 가장 위협적인 독, 포르노

 

교황의 가장 큰 걱정은 “습관적인 인터넷 포르노의 사용으로 자극의 수위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젊은이들이 영상으로 주고받는 ‘섹스팅’, 타인의 존엄을 윤리적·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인터넷 폭력 등으로 이어져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아동에 대한 성 착취와 인터넷 포르노로 아동을 유혹하는 일들마저 일어나고 있다.”는 교황의 경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왜냐하면 2017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다크넷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된 사례가 있는데 그는 아동 음란물을 유통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교황이 거듭 강조하듯 미래의 세대를 생각할 때 인터넷상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포르노의 확산’이다. 특히 정보 기술(IT)의 강국 대한민국은 외면할 수 없이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본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 일선 교사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학생 4명 가운데 1명이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사춘기도 되기 전에 인터넷 음란물을 통해 왜곡된 성 지식을 학습하고 잔뜩 부풀려진 성적 욕망에 물들어 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과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이성을 바라볼 수 있을지 걱정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음란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제작이나 배포가 금지된 음란물을 뜻하는 ‘야동’이란 말을 생각보다 많은 이가 일상 용어인 양 사용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 “야동이란 단순히 야한 동영상을 뜻한다.”고 주장한다면, 과연 그 말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보았던 그 야동이 포르노보다 수위가 낮은 영상이었는지 확인해 보길 청한다.

 

본당 교리 교사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보좌 신부 앞에서도 ‘야동’이라는 단어를 별 부끄러움 없이 사용하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만나 본 게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교우들 또한 ‘야동’이라는 단어를 ‘야구 동영상’이나 ‘야생 동물 비디오’ 쯤으로 생각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언제부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이혼율 상위권, 아시아 국가 중 1위 타이틀을 장기 방어하고 있는 나라, ‘외도’와 ‘부정’이 40-50대 이혼 사유 중 가장 많기에 누군가는 불륜 공화국으로 묘사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지난 10년 전 시작된 비윤리적 디지털 강국의 출발점에는 윤리적 가치관을 외면한 채 방방곡곡 퍼져 나간 초고속 인터넷의 확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형성된 무비판적 미디어 사용의 이면에서 돈과 쾌락만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세속주의적 가치 척도가 오늘날 뉴미디어 세대의 행태를 만들어 냈다.

 

청소년 교육과 미디어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사제로서 자주 접하는 교회의 민낯이 있다. 성당에서는 거룩하고 선한 교우들이 인터넷 세상에만 들어가면 이중인격자가 되는 모습이 그것이다. 신자 대부분은 오프라인의 현실에서 십계명을 잘 지키며 높은 윤리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컴퓨터만 켜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내려받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거리낌 없이 설치하는 이들이 있다. 양심의 가책 없이 불법 내려받기를 클릭하며 “남들도 다 하는데 뭐 어때?”라고 변명한다면 나 또한 다크넷의 사악한 영역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가톨릭교회의 미디어 사목과 미래를 위한 대응

 

누군가는 가톨릭교회를 고리타분하며 시대에 뒤처진 종교라고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향한 가르침을 선포한 우리 교회의 대응은 생각보다 기민하고 적극적이었다. 특히 2011년 우리나라가 초고속 무선 인터넷 보급률 100.6%로 OECD 34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던 의미 있는 해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은 우리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직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제공하는 독특한 가능성을 잘 이용해야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1년 1월 23일 천주교 세계 소통의 날 기념 메시지에서 성직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전자 우편을 사용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지, 영상, 애니메이션, 블로그, 웹사이트 등 최신 시청각 수단은 전통적인 수단과 함께 복음 전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젊은 세대에 다가가려면 성직자들은 ‘오늘날의 문화적 변환’의 도전에 잘 대응해야 한다.”

 

그 시대를 살아온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교황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듯하여 죄송할 따름이다.

 

다크넷과 같은 악한 세력의 디지털 영역을 줄이려면 먼저 해마다 홍보 주일에 발표되는 교황의 담화가 담고 있는 공통적인 논조를 이해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홍보 주일 담화는 주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경계심을 가질 것을 말하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디지털 시대의 기술과 가능성을 복음화의 도구로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간단히 말해서 회피가 아닌 적극적 활용의 자세로 미디어 매체를 복음화와 선교의 도구요 사목과 교리 교육의 도구로 활용하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처럼 뉴미디어 세대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은 경고와 단속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신앙의 선배가 참된 행복을 위해 모범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선용의 모델’이 되어 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래 세대의 교회를 위한 현실적 제안

 

신자들, 특히 뉴미디어 세대 신앙인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삶의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다. 사목자와 교리 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한 시간 정도 청소년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온라인을 통한 복음화 교육을 외면한다면 교회 내 교육의 미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일선 현장의 성직자들이 사이버 세상에 부정적인 모습이 많다고 회피한다면 온라인 세상에서 길을 잃은 양들을 외면하는 나쁜 목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나마 서울대교구의 경우 발 빠른 대응으로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일체(「매일미사」, 사목 수첩, 「성무일도」, 가톨릭 성인 등)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노력이 조금 더 퍼져 ‘가톨릭 전용 SNS’는 물론이거니와 ‘교리 교육용 웹툰’이나 ‘교리용 모바일 게임’, 나아가 평신도 제작 ‘UCC’나 ‘1인 방송’을 통해서도 청소년을 동반하고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교리 교육 담당자들의 미디어 비판 능력의 향상이다.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을 정확히 이해하고 긍정적인 미디어 사용의 모범을 보여 젊은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말이다.

 

이와 같은 교육을 흔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는 ‘미디어 예방교육’이라고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매체 이해력)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 특히 가톨릭 미디어 리터러시는 복음적 가르침을 가치 판단의 중심에 두고 생명, 책임, 인격, 절제, 정결, 혼인, 가정, 성교육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가톨릭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은 그리스도교 가치관을 중심으로 상대주의와 물질주의에 물든 세계관을 통찰하는 능력에 있다고 하겠다.

 

우리 교회의 내일을 책임지는 청소년 사목 담당자들은 복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뉴 미디어(새 매체)콘텐츠들을 파악한 뒤 영적 선익을 위해 취사선택하는 모범을 보여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전통적인 교리 안에 담긴 진리가 뉴 미디어라는 포장지에 담겨 디지털 시대의 신앙인들에게 전달될 때 교회는 시대적 표징을 담아내는 효과적인 복음화 도구를 얻게 된다.

 

교회 내 청소년들이 신자 아닌 젊은이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비판의식 없이 음란물을 시청한다거나 양심의 가책 없이 불법 내려받기를 일삼는다면 단언컨대 교회의 미래는 없다.

 

우리 교회가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온라인 매체를 선교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IT 강국 대한민국의 교회가 주도하는 ‘모바일 주일 학교 플랫폼’을 비롯한 ‘교리 교육용 웹툰’, ‘교리 교육용 온라인 게임’이 하루속히 개발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 유명일 사무엘 - 신부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의 사회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도서출판 ‘돈보스코미디어’와 영상 미디어를 제작하는 ‘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에서 사목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7월호, 유명일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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