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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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세례: 예수 그리스도의 새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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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17 ㅣ No.250

[빛과 소금] 세례 : 예수 그리스도의 새 계약

 

 

부활 성야의 전례 중에 세례수를 축복하는 예식을 통하여 교회는 “세례의 신비를 예시한 구원 역사의 위대한 사건들”(「가톨릭교회교리서」 1217항)을 기념한다. 여기서 언급된 ‘구원 역사의 위대한 사건들’은 주로 ‘물’과 연관되어 있다. 첫째, 물은 창조의 시점에서부터 ‘생명과 풍요의 원천’이며 ‘거룩하게 하는 힘’이다. 둘째, 하느님께서는 노아의 방주를 통해 ‘대홍수’로부터 방주 안에 있던 피조물들을 구원하셨고 재창조의 기틀을 마련하신다. 셋째,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모세의 인도로 ‘홍해 바다’를 건너가게 함으로써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키셨다. 넷째, 40년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요르단 강’을 건넘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땅을 선물로 받는다. 하느님께서 이루신 이 위대한 사건들은 세례를 미리 보여주는 예표로서 그 완성은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세례의 샘을 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구약의 이 사건들은 또한 ‘계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계약을 맺으시고 방주에 있는 피조물들을 구원하시고 재창조의 원의를 밝히심으로써 무너진 창조 질서를 회복하신다. 이제 하느님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를 통해 이루어진다(1베드 3,20).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 것을 명령하셨다. 이 지상명령은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는 교회를 통하여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례를 받은 모든 이가 새로운 세상 안에서 새로운 백성으로 재창조되어 살아가도록 실행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 가지 약속(많은 자손,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모든 민족의 조상)을 하시면서 아브라함과 할례의 계약을 맺으셨으며(사도 7,8), 모세에게는 십계명을 주심으로써 계약의 관계를 지속시키셨다(2코린 3,6). 구약의 할례는 하느님 백성이 되는 계약의 표징이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라는 새 계약을 통하여 세례 받은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새로운 계약의 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이 되어 구원의 은총을 누릴 수 있게 하신다. 바오로 사도는 이 세례를 “사람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할례 곧 그리스도의 할례”(콜로 2,11-12)라고 강조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믿고 세례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

 

모세의 인도 하에 홍해바다를 건너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하느님 백성은 돌판에 새겨진 십계명이라는 계약을 따르며 살아가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에서 헤매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름과 불기둥을 통해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셨으며, 만나와 메추라기 그리고 바위에서 물을 샘솟게 하심으로써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해 주셨다. ‘구름과 바다’ 속에서 세례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와 하나가 되었듯이, ‘물과 성령’을 통한 예수님의 세례는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이 되게 한다. 광야에서 먹은 만나와 메추라기는 영적 음식이며, 바위에서 샘솟는 물은 영적 음료이다. 광야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배고픔과 목마름을 극복한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약속의 땅을 차지하게 된다. 이 영적 음식과 영적 음료의 주체는 바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1코린 10,1-4). 예수님께서는 물과 성령의 세례를 베푸심으로써 깨질 수 있는 돌판에 문자로 새겨진 계명이 아닌 영원히 남을 영적인 표지인 ‘인호’를 새겨주신다(히브 8,10). 이 세례를 통하여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삶이 보장된 약속의 땅 곧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이러한 ‘옛 계약’들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를 통하여 맺어지는 ‘새 계약’(히브 8,13)으로 완성된다. 계약의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인간과의 계약을 갱신하시며 ‘새 창조’(갈라 6,15)를 이루신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새 계약의 중개자’(히브 8,6; 9,15; 12,24)이시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새 계약의 일꾼이 되는 자격’(2코린 3,6)을 갖추게 된다. 이 자격은 곧 세례의 은총 안에서 살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여 복음을 선포하고 그분과 하나 되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다.

 

[2018년 6월 17일 연중 제11주일 인천주보 4면, 송태일 안셀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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