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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예수님 시대의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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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9 ㅣ No.245

[빛과 소금] 예수님 시대의 세례

 

 

구약성경은 다양한 규정들을 통해 물로써 부정함을 씻는 정화 예식을 전하고 있다. 유대교는 이러한 율법 규정들을 바탕으로 더욱더 많은 정결 의식을 거행하였다. 신약 시대에 이르러 물로 씻는 예식들은 생활 곳곳의 세밀한 부분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별히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물로 씻는 예식 안에 담겨진 정화의 진정한 의미를 간과한 채 외적인 형식만 강조함으로써 예수님의 비판을 받게 된다(마태 15,1-2; 마르 7,1-5).

 

물을 통한 정결 예식은 특히 쿰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고 추정되는 에세네파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식이었다. 이들은 정결 의식 차원에서 목욕(침수)을 자주했다. 이들이 행한 침수예식은 내/외적으로 정결한 생활을 하려는 노력이었으며, 이를 통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중요한 예식의 형태로 거행되었다. 이러한 침수예식은 세례자 요한의 세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일 여러 번에 걸쳐서 본인 스스로 침수하는 쿰란 공동체의 침수예식과 달리 요한이 행한 세례는 평생 단 한 번 세례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쿰란의 목욕의식은 공동체 회원에게만 허용된 폐쇄적인 방식인 반면에 요한의 세례는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개방적으로 이루어졌다. 요한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마르 1,4)하면서 메시아의 시대를 준비하는 세례를 베풀었지만, 쿰란의 목욕의식에서 회개는 율법에 대한 엄격한 복종을 통한 공동체의 참여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쿰란 공동체에서 거행된 이 목욕 예식은 세례자 요한이 베풀었던 세례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라고 말하며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었다. 요한의 세례는 회개하고 죄를 용서 받기 위한 세례이기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완전히 회개하려는 내적 쇄신의 노력이 필요했다(마태 3,6-8). 요한이 ‘물’로 베푼 세례는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가 ‘성령과 불’로 베풀 세례를 준비하며 기다리는 일시적인 단계이다(마태 1,1; 마르 1,8; 루카 3,16). ‘성령’은 메시아가 오시면 주어질 약속된 선물이다. 성령을 통한 세례는 성부, 성자와 함께 이루어지는 신비적 일치를 상징한다. 더불어 성령을 통해 선사되는 은총의 충만함을 표현하고 있다. ‘불’로 베풀어지는 세례는 예수님의 오심으로 시작된 종말론적 심판과 불로 ‘정화’되는 내적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요한의 세례는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의 또 다른 예표라고 할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이 자신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마르 1,7)이라고 표현한 예수님 역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한 요한의 세례를 받으셨다. 예수님은 요한의 세례를 받기 위하여 모여든 여타의 일반 사람들과 달리 회개나 죄의 용서가 필요하지 않은 분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아들’(마태 3,17; 마르 1,11)이라는 당신의 정체성을 세상에 선포하고, 메시아로써 당신에게 주어진 인류 구원의 사명을 선언함으로써 “모든 의로움”(마태 3,15)을 이루기 위한 하느님의 뜻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겪으실 십자가의 수난을 마땅히 받아야 할 ‘세례’라고 표현하셨다(마르 10,38; 루카 12,50). 따라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하느님의 뜻은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희생 제사와 죽음으로부터의 부활로 완성된다.

 

‘성령과 불’로 베풀어지는 이 세례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 제자들 위에 ‘불꽃 모양의 혀들’(사도 2,3)로 내려앉은 성령 강림을 통하여 실현되기 시작한다. 사도들은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이 세례를 통해 죄를 용서 받을 것이며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임을 선포한다(사도 2,38). 이제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하게 되고 성령의 풍성한 은총을 통하여 더 이상 ‘종’이 아닌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갈라 4,6).

 

[2018년 5월 27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인천주보 4면, 송태일 안셀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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