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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봉헌생활의 날: 봉헌의 삶, 초 봉헌과 초가 지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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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8 ㅣ No.598

[봉헌생활의 날 특집] 봉헌의 삶


자신을 오롯이 하느님께 바치며 복음삼덕 몸소 실천

 

 

 

-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 중인 수도자. 봉헌생활은 ‘서원을 통하여 또는 그 고유한 특성에서 서원과 비슷한 다른 거룩한 결연을 통하여 세 가지 복음적 권고의 의무를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의 고정된 생활 형태’를 가리킨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어린 시절 본당에서 ‘전교수녀’의 소임을 실천하는 수도자들의 모범에 따라 ‘나도 수도회에 입회해야지’라고 생각을 한 번쯤 해 본 신자들도 많다. 때론 수사님들은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그런데 막상 수도자는 어떤 삶을 사는지, 수도회는 어떤 공동체인지 잘 알지 못하는 신자들도 부지기수다. 교회는 해마다 2월 2일을 ‘주님 봉헌 축일’이자 ‘봉헌생활의 날’로 지낸다.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는 삶을 사는 이들. 그 봉헌생활의 의미와 형태 등에 관해 돌아본다.

 

 

봉헌한다는 것은

 

‘주님 봉헌 축일’은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친 것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이 축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 뒤 40일째 되는 날에 지낸다. 마리아와 요셉은 하느님께 순명하고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맏아들과 짐승의 맏배를 봉헌하는 모세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를 봉헌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97년, ‘주님 봉헌 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제정했다. “복음적 권고를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증거를 더욱 존중하고 봉헌생활자들의 헌신과 열정을 새롭게 하는 계기”(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제1회 봉헌생활의 날 담화)를 마련하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모든 신자들이 특별히 봉헌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헌생활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는 기회로 삼길 바라는 뜻에서 제정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날은 수도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 앞에 다시 초대된다. 

 

‘봉헌생활’은 바로 “서원을 통하여 또는 그 고유한 특성에서 서원과 비슷한 다른 거룩한 결연을 통하여 세 가지 복음적 권고의 의무를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의 “고정된 생활 형태를 가리킨다.”(교회법) 이러한 생활 형태를 가리키는 라틴어 ‘vita consecrata’는 ‘봉헌생활’ 혹은 ‘축성생활’로 번역된다. 이러한 ‘봉헌’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차원을 넘어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의 열매’, ‘부르심과 응답’ 곧 ‘선택과 동의’를 통해 사랑의 계약이 된다. 특히 봉헌생활자의 신분은 성직자나 평신도의 중간이 아니라, 그 양편에서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이자 예수의 동반자로서 사는 것이다. 성직자도 평신도도 봉헌생활자가 될 수 있다.

 

 

청빈 · 정결 · 순명의 복음적 권고

 

복음적 권고는 청빈(가난), 정결, 순명을 일컫는다. 봉헌생활이란 바로 이 덕목을 지킬 것을 서약하고 하느님께 일치해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삶을 말한다. 서방의 수도생활에서 이어져온 각 수도회의 모습은 복음적 권고를 서약하고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대개 공통점을 드러낸다. 복음적 권고의 삶을 단순히 금욕의 차원으로 축소해 짐으로만 여겨선 안 된다. ‘하느님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삶’은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 살았던 삶이며 이를 따르는 것은 수도자들 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실천해야할 몫이다. 다만 수도자들은 ‘서약’을 통해 이러한 삶을 더욱 투철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한다.

 

‘청빈’(가난)은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소유욕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내 삶과 가치의 중심에 두고, 가난한 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다. ‘정결’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스스로 독신을 택하는 삶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우선적인 사랑을 근간으로 다른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다. 또한 ‘순명’은 하느님께 응답하는,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다. 수도회 장상에게 순명하는 것도 강제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랑의 표현이다.

 

 

봉헌생활의 다양한 모습

 

수도회는 봉헌생활을 하는 공동체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크게 활동수도회와 관상수도회로 나뉜다. 각 수도회 창설자의 영성에 따라 본당을 비롯해 선교와 교육, 복지,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도직을 펼치는 수도회를 ‘활동수도회’라고 한다. 관상수도회는 세속에서 벗어나 기도와 관상, 노동에 전념해 흔히 ‘봉쇄수도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도회 외에도 봉헌생활의 모습은 다양하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재속회와 은수생활, 동정녀회, 사도생활단 등을 모두 ‘봉헌생활’에 포함시켰다. 

 

‘재속회’(在俗會)는 세속에서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헌신하는 공동체다. 

 

수도회원(수도자)들은 각 장상으로부터 소임을 받아 이를 실현하지만, 재속회원들은 각자의 직업을 갖거나 사도직 활동을 한다. 공동생활을 하거나 수도복을 입지는 않지만 정결, 청빈, 순명의 의무를 갖는다. 간혹 각 수도회의 ‘제3회’와 혼동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3회는 세속에서 해당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해 그 수도회의 영성을 따라 완덕의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기혼자들도 제3회 회원이 될 수 있다.

 

‘사도생활단’은 수도서원 없이 고유한 목적을 위해 공동생활을 하는 단체를 말한다. 한국외방선교회, 파리외방전교회 등의 선교회가 사도생활단에 속한다. 또한 ‘은수(隱修)생활’이란 세속에서 벗어나 침묵과 기도, 참회와 고행을 통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삶을, ‘동정녀회’는 교회에 헌신하는 동정녀들의 모임을 말한다.

 

수도자가 되길 원하는 이들은 각 수도회에서 입회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하는 ‘성소모임’에 참가해 성소를 식별한다. 기본적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미혼인 상태여야 한다. 입회식을 한 ‘지원자’는 수도생활 기초교육을 받게 된다. 이 시기엔 아직 수도자가 아니기에 수도복을 입지는 않는다. 지원기가 끝나면 수도생활을 서약하는 ‘유기서원’(첫 서원)을 한다. 정식으로 수도자가 되는 것이다. 대개 3~6년간의 유기서원기를 마치면 일생 동안 효력을 갖는 ‘종신서원’을 하게 된다.

 

「2016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에는 총 169개 수도회에서 1만1734명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28일, 주정아 기자]

 

 

[봉헌생활의 날 특집] 초 봉헌과 초가 지닌 의미


“빛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해 나를 봉헌합니다”

 

 

초는 초기 교회부터 어둠을 밝히는 실질적인 이유로 교회의 전례에 사용됐다. 초기 교회에서 초는 저녁기도를 위해 사용됐으며, 4~5세기에는 성인들의 유해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형상들 앞에 놓여졌다. 

 

이러한 초는 원래 벌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만들었다. 초기교회의 교부들은 벌이 동정성과 희생성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다. 교부들은 벌을 동정 마리아에 비유했고, 벌에서 나오는 밀랍은 동정 잉태의 결실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봤다. 이후 초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만방을 비추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됐다. 또한 초 봉헌은 초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내듯이 우리도 스스로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빛으로 타올라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님 봉헌 축일에는 각 본당에서도 초 축복식을 거행한다. 초 축복은 중세부터 내려오는 전통으로, 이날 미사 중 사제는 1년 동안 성당과 신자들의 가정에서 미사와 예식에 사용할 초를 축복한다. 초 봉헌은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셨듯이 우리도 주님과 일치해 나 자신을 봉헌한다’는 뜻을 지닌다. 

 

미사 전례 중에도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조하고 흠숭과 축제의 기쁨을 드러내기 위해 제대 위에 촛불을 켠다. 또한 제대초는 제대의 성대함을 드러내, 전례의 성격이나 중요성에 따라서 제대 위에 올려놓는 초의 숫자도 달라진다.

 

연중시기의 평일이나 기념 등급의 성인 축일에는 2개의 초를 켜고, 연중 시기의 주일이나 사도나 복음사가의 축일과 같은 ‘축일’ 등급의 날에는 4개의 초를 켠다. 대축일에는 양쪽에 3개씩 총 6개를, 주교가 미사를 집전할 때는 7개를 켠다. 

 

교회는 초의 품질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왔다. 교회는 1917년에 제정한 교회법을 통해 부활초의 경우 순수한 밀랍이 최소 65%, 다른 제대 초들은 최소 25%가 포함되도록 규정한 바 있다. 1983년에 개정한 교회법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사라졌지만, 전례 혹은 가정용 기도초의 봉헌의 의미 뿐 아니라 개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28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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