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성경자료

[신약] 예수님 이야기47: 재물에 대한 가르침(루카 12,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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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13 ㅣ No.3943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47) 재물에 대한 가르침(루카 12,13-34)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루카 12,34)

 

 

예수님께서는 ‘오늘 피었다가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입히시거늘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시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사진은 화려한 들꽃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이스라엘 광야의 봄.

 

 

재물에 관한 예수님의 이 가르침은 군중 속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청을 드린 것이 계기가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물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사입니다. 재물 그 자체는 그냥 재물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재물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재물은 화가 되기도 하고 복이 되기도 합니다.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가봅니다.

 

 

탐욕을 조심하라(12,13-15)

 

군중 속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자기 형에게 유산을 나눠주도록 일러달라고 요청하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누가 나를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며 거절하십니다.(12,13-14) 군중 속 그 사람의 말처럼 예수님은 “스승”이십니다. 하지만 재물에 대한 재판관이나 중재자가 아니심을 당신 입으로 분명히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로 예수님을 재물에 대한 재판관이나 중재자로 여기고 예수님께 청을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군중 속 그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거절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12,15) 

 

이 짧은 말씀은 몇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유산을 나눠주도록 일러달라는 요청은 어떻게 보면 재물과 관련하여 공평하지 않은 처사를 바로잡아 달라는 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런 요청의 이면에는 재물에 대한 욕심, 곧 탐욕이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는 말씀은 곧 구원이 재산, 돈과 관계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유산 상속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이 되기를 거절하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이어지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더욱 분명해집니다.

 

-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지 못한 채 돈을 헤아리는 부자는 종말이 다가옴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낸다. 그림은 렘브란트 작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12,16-21)

 

이 비유의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식으로 바꾸면 이럴 것입니다. ‘부자가 또 떼돈을 벌었다. 이 많은 돈을 어디에 보관할까 고민하다가 아주 크고 튼튼한 금고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평생 먹고 살 돈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이제부터 마음껏 즐기자” 하며 흐뭇해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12,16-20)

 

이 비유의 끝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12,21)고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고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계속 살펴봅시다.

 

 

세상 걱정과 하느님의 나라(12,22-32)

 

의식주는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입니다. 의식주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으면 누구나 걱정하게 됩니다. 

 

설사 당장의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다 치더라도 내일, 그다음 날, 이렇게 미래의 의식주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이 또한 걱정거리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더 좋은 의식주를 마련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은 정반대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중의 새들은 씨도 뿌리지 않고 거두지도 않고 쌓아둘 곳간도 없지만 하느님께서 먹여주시는데 너희들은 새들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도 늘리지 못하는데 왜 걱정하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피었다가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입히시거늘 너희들이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는 것입니다.(12,22-28 참조) 세상 사람들이 들으면 ‘정신나갔군!’ 하고 조롱하며 업신여길 그런 말씀을 예수님께서는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새들보다도, 들풀보다도 훨씬 귀한 존재로 여기신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잠자리를 걱정하는 것은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거듭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 …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것들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12,28-30) 

 

따라서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먹고 마실 것을 걱정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를 바탕으로 “그분의 나라”(12,31) 곧 하느님의 나라를 찾는 일입니다. 그러면 의식주에 필요한 것들도 곁들여서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더욱 안심시키십니다. “너희들 작은 앙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12,32) 

 

의식주에 대한 걱정을 버리고 하느님 나라를 찾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12,21 참조)이 되기 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보물을 하늘에 쌓는 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해 주십니다.

 

 

보물을 하늘에 쌓아라(12,33-34)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보물을 쌓는 일은 구체적으로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자선으로 하늘나라에 보물을 쌓아 두면 도둑이 가져갈 일도, 좀이 쏠아 쓰지 못하게 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12,33)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유산을 나눠받을 수 있는 군중 속 한 사람의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하신 재물에 관한 가르침을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12,34)

 

 

생각해 봅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또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먹고 입고 마실 것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라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씀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고 먹고 마시는 것에 집착할 때 우리는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께서 “염려하지 마라. … 너희는 그분의 나라를 찾아라”(12,29-31),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12,33)고 하신 말씀의 참뜻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12, 34)는 말씀을 지표로 삼아, 우리의 보물은 무엇이며 그 보물을 어디에 쌓아야 할지를 거듭 되새기며 그리스도 신자로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14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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