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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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1 ㅣ No.979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한여름인 8월 15일에 교회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모님의 육신과 영혼이 하늘로 들어 올려진 날이지요. 성모 마리아를 통해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이 받은 구원을 찬양합니다. 성모님은 구원받은 인간의 전형입니다. 우리는 이 대축일에 우리 자신, 즉 몸과 영혼이 하늘에 들어 올려졌음을 찬미합니다.

 

당연히 우리 몸은 썩어 없어지거나 재가 되겠지요. 그러나 몸은 한 개인의 표상입니다. 기쁨, 슬픔, 신뢰 같은 중요한 감정이 몸으로 드러납니다. 몸은 우리 삶을 기억하는 장치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은 우리 몸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대축일은 우리 모든 삶이 하느님 안에 저장되었음을 찬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독자적인 한 인간으로 완전해집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이 재회는 동창회 같이 식상한 만남은 아닐 겁니다. 확신하건대, 그 만남에서 우리는 서로 다시 새롭게 알아가고 새로운 방법으로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승에서 경험한 사랑은 죽음에서 완성됩니다. 부활이 의미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사랑은 죽음을 견디어 내고 사랑은 하느님 안에서 완성됩니다. 프랑스 가톨릭 철학자인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했습니다. “사랑의 다른 말은 이것이다. ‘너, 너는 죽지 않으리.’” 우리는 성모님을 통해 죽음을 넘어 사랑하신 그분의 아드님을 찬미합니다. 부활하신 아드님에게서 죽음을 이기는 사랑의 승리를 경험하신 성모님을 찬미합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합니다. 사랑이 우리에게 한 약속을 성경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 큰 물도 사랑을 끌 수 없고 강물도 휩쓸어 가지 못한답니다”(아가 8,6-7).

 

독일 가톨릭 지역에서는 8월 15일에 허브 다발을 만듭니다. 약초 아홉 가지와 들판에서 딴 아름다운 꽃으로 곱게 다발을 엮습니다. 이 허브 다발을 성당으로 가지고 와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마지막에 축복을 받습니다. 이 풍습은 하느님께서 자연에 치유하는 힘을 주셨다는 믿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예쁘게 꾸민 허브 다발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성모님은 미사에서 아름다운 여성으로 칭송받습니다. 요한 묵시록 12장 1절에서 성모님은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으로 묘사됩니다.

 

플로티누스는 ‘하느님은 초월적 아름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8월 15일에 우리는 성모님에게서 보이는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자연에서도, 우리 인간에게서도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모든 것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흔적을 봅니다. 아일랜드의 한 작가는 ‘아름다움은 영혼의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치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시스티나의 아름다운 성모님의 봐야 한다. 그 아름다움을 봄으로써 일상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축일에 우리는 지켜야 할 계명을 주신 하느님이 아니라 사랑할 힘을 주시는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우리는 그 힘을 맘껏 받아 누립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아름다운 음악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만끽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시면서 우리를 치유하십니다. 독일의 작가 마르틴 발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아름다움을 찾는 당신은 구원받을 것이다. 당신 자신에게서 구원될 것이다.” 성모님의 아름다움, 창조의 아름다움, 예술의 아름다움을 볼 때, 우리를 둘러싼 문제들이 풀립니다. 대축일 전례를 통하여 우리의 기쁨이 표현되고 그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우리는 치유하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여름호(Vol. 38), 글 안셀름 그륀 신부(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번역 김혜진 글라라(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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