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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진리를 찾아서: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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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0 ㅣ No.1862

[진리를 찾아서] 고해성사

 

 

삶에서

 

가끔 고해성사를 전화나 문자, 화상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신자들이 있다. 또 어떤 분은 요즘 외국에서 개발한 ‘고해성사 앱’을 이용하여 성사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2011년 ‘고해성사 : 로마 가톨릭 앱’이 출시되어 양심 성찰 자료들과 고해성사의 순서 등을 제공해 주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자기 주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고해 사제를 찾아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지난해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런 스마트폰의 응용 도구들이 고해성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러한 앱들은 “스마트폰에 대고 고해성사를 하는 도구가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더 충실히 준비하도록 돕는 도구”라고 밝혔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공지, “일부 외신에 보도된 ‘고해성사 앱’에 대하여”, 2011년 2월 10일).

 

주교회의 공지에 따르면, “직접 대면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이용한 죄 고백은 기존의 고해성사를 대체할 수 없다.” 고해성사는 절대적으로 인간적인 관계 속에서 ‘하느님의 대리자인 사제’와 ‘고백자’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

 

고해성사는 고백자가 양심 성찰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죄를 알아내고 그 죄를 뉘우치며, 다시는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개와 죄의 고백, 그다음에 이어지는 사제의 보속으로 완성된다. 고해성사는 죄만 없애 주는, 마치 자판기 같은 기계가 아니다. 하느님과 이웃과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여 새로운 삶으로 회귀하려는 ‘총체적 돌아섬’이 고해성사다.

 

 

다가가기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치유의 성사’라고 부른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입문 성사들(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을 통해 새 생명을 받았지만, 고통과 질병과 죽음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가 성령의 힘으로 치유와 구원 활동을 계속해 주기를 바라셨다. 이것이 치유의 두 성사, 곧 고해성사와 병자성사의 목적이다.

 

고해성사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곧, 죄인인 그리스도인의 회개와 참회와 보속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참회의 성사’, 사제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고백의 성사’, 화해시키는 하느님의 사랑을 죄인에게 베풀어 주기 때문에 ‘화해의 성사’라고도 한다.

 

신앙인들에게 고해성사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세례성사로 모든 죄, 곧 원죄와 본죄, 그리고 모든 죄벌까지도 용서를 받았지만, 전통적으로 ‘사욕’이라고 부르는 죄로 기우는 경향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26항 참조). 세례성사가 처음으로 근본적 회개가 이루어지는 자리라면, 고해성사는 ‘제2의 회개’가 이루어지는 자리이다.

 

고해성사를 보는 참회자의 마음에는 ‘통회’가, 입에는 ‘고백’이, 행위에는 온전한 겸손과 ‘보속’이 있어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50항 참조). 먼저 ‘통회’는 참회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통회는 지은 죄에 대한 마음의 고통이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그 죄를 미워하는 것이다.

 

고해자의 양심 성찰을 도와주는 적당한 성경 본문에는 십계명, 복음서와 사도들의 서한 가운데 윤리적인 부분, 예를 들면 산상 설교(마태 5?7장)와 사도들의 가르침 등이 있다. 사제에게 하는 ‘고백’은 진지한 성찰을 통해 알아낸 모든 대죄(죽을죄)를 열거하는 것이다. 교회는 의무는 아니지만 소죄도 고백하도록 권고한다. 왜냐하면 소죄를 정기적으로 고백하는 것은 양심을 기르고, 나쁜 성향과 싸우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참회자의 마지막 행위인 ‘보속’은 적절한 방법으로 죄를 ‘보상’하거나 ‘속죄’ 다하는 행위이다. 보속은 될 수 있는 대로 지은 죄의 특성과 경중에 적당해야 하며, 고해 사제는 참회자의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여 그의 영적 성장을 도와줄 보속을 줄 수 있어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60항 참조).

 

개신교에는 없고 우리 가톨릭에만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영적 자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인들의 통공’(通功)이라는 교리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이 ‘교회의 보화’라고까지 불렀던 이 교리는 이미 ‘천상 고향에 이른 사람들, 연옥에서 속죄하고 있는 사람들, 아직 지상에서 순례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변함없는 사랑의 유대와 모든 선의 나눔이 있다.’는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75항 참조).

 

성인들의 통공 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대사’(大赦)다. 대사란 고해성사를 통해 이미 그 죄과는 용서받았지만 그 죄 때문에 받아야 할 잠시적인 벌(잠벌)을 하느님 앞에서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 대사는 선한 지향을 가진 신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얻을 수 있다.

 

신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대사를 얻을 수 있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리 기도’ 방식으로 대사를 얻어 줄 수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71항 참조). 그러나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대사를 대신 얻어 줄 수 없다. 왜냐하면 산 사람은 자신이 자기를 위한 대사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대사는 성년(聖年)에 베풀어지지만 성년이 아닌 경우에도 교황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다.

 

 

살펴보기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몇 년 전 고해성사가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인식하고 고해성사의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제안을 발표하였다. 곧, ‘부활 판공성사는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 총회 승인).

 

이는 한국 교회의 전통적 관행인 판공성사가 신자들에게 무거운 의무로만 다가가는 것에서 벗어나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올바른 영적 유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가 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이 조항을 일 년에 한 번만 고해성사를 보면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이 같은 결정은 고해성사를 자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교회가 열려 있는 하느님 자비의 집이라는 것을 깨닫고 성체성사를 궐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하고, 누구나 어떻게든 교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성사들의 문도 어떠한 이유로든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복음의 기쁨」, 47항 참조).

 

고해성사가 신앙의 나태함을 부추기는 하나의 핑계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결심하기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나라의 핵심 요소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이다. 회개는 복음을 믿는 데 우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개는 단식과 고행이라는 외적 행위가 그 목표가 아니라 삶 전체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으로,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단식은 ‘자신에 대한 회개’이고, 기도는 ‘하느님에 대한 회개’이며, 자선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회개’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34항 참조). 그래서 교부들은 이러한 마음의 회개를 ‘영혼의 고뇌’요 ‘마음의 회한’이라고 표현하였다.

 

복음을 받아들이려면 영혼의 고뇌와 마음의 회한이 꼭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의의 실천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옹호 등을 통해 회개의 실천에 앞장서자. 그래서 교회가 하느님 자비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자.

 

* 박종주 베드로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장으로 일하며 차별화된 가톨릭 평생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랫동안 신학교에서 교리 교육을 가르쳤다.

 

[경향잡지, 2017년 7월호, 박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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