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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루르드 성모발현 150주년 희년2: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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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35

[루르드 성모발현 150주년 희년] ②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성모발현은 하느님 사랑 드러내는 징표”

 

 

루르드는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병자들의 피난처’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은 다원화된 사회구조와 물질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영적인 갈증을 느낀다. 이에 따라 다른 사적계시들이 증가하고, 교회 밖 신흥종교들과 뉴에이지 등의 현상도 나타난다. 하지만 진정한 사적계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을 성숙하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적계시인 루르드의 성모발현과 여타 기적들도 오늘날까지 교회 가르침을 충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성모발현은 하느님을 등지고 사는 이들에게 하느님이 보이는 징표이다. 특히 이러한 성모발현에서 한결같이 강조되는 메시지는 바로 ‘회개’였다.

 

성모발현을 18차례나 경험한 벨라뎃다(Bernadette Soubilous) 성녀는 프랑스 느베르의 성질다르 수녀원 기념성당 성골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얼굴과 손에 얇게 칠한 밀랍을 제외하면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의 시복시성을 위해 1909년과 1919년, 1929년 세 번에 걸쳐 무덤을 열었으나 그의 유해는 전혀 썩지 않았고, 이후 투명관에 안치됐다. 느베르를 찾는 순례객들은 그 모습에서 말없이 보여주는 사랑의 생애를 되새긴다.

 

 

성녀 벨라뎃다

 

성모는 14살의 순박한 시골소녀였던 벨라뎃다에게 발현했다.

 

그는 루르드 발현의 유일한 목격자였다. 당시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미천한 아이에게 천상 여왕께서 내려오심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도 많았다.

 

벨라뎃다는 성모의 모습을 후광이 빛나고 양발 위에는 노란 장미가 둘러져있으며 흰옷에 하얀 베일, 파란색 허리띠를 두른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프랑스 조각가 파비슈가 이 설명을 듣고 만든 작품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르드의 성모상이다.

 

벨라뎃다는 성모발현과 메시지에 대해 당시 법정과 조사관, 교회 심사위원회, 성질다르 수녀들 앞에서 증언한 바 있다. 또 스스로도 수차례에 걸쳐 발현 당시의 내용을 기록해두었다.

 

성모발현 증언 이후 벨라뎃다는 성질다르 수녀회에 입회한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지병 가운데서도 수도자로서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으며, 1879년 4월 16일 선종했다.

 

1908년에는 벨라뎃다의 시복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며 마침내 1933년 동정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 대축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벨라뎃다의 시성식이 열렸다.

 

 

‘회개하라’는 메시지

 

루르드 가브 강변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성모는 벨라뎃다에게 발현했다. 1858년 2월 11일의 일이다.

 

교회는 1891년, 첫 발현이 있었던 이날을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마리아’ 기념일로 정했다.

 

“부인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어요. 사제들에게 가서 여기에 성당을 지으라고 전하라는 것과, 샘에 가서 씻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책 ‘벨라뎃다가 말한 발현’ 중)

 

벨라뎃다가 기록으로 남긴 증언이다. 벨라뎃다는 성모께서 발현 때마다 각각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어라’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성모는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 벨라뎃다의 물음에 ‘나는 원죄 없는 잉태이다(Imma culata Counceptio)’라고 밝혔다. 이로써 루르드의 성모 발현은 교회의 원죄 없는 잉태 교의를 확인시켜준 사건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세 번째 발현 당시 성모는 벨라뎃다에게 “너에게 저 세상에서의 행복을 약속한다”고 밝혔으며, 아홉 번째 발현 때는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라”고 말했다. 그때 벨라뎃다가 손으로 파낸 샘물이 아직도 메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루르드의 물이다.

 

 

기도의 도시 루르드

 

흔히 루르드는 질병의 치유를 위해 찾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선사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벨라뎃다의 연약한 손으로 머릿돌을 놓았던 루르드는 무엇보다 회개와 보속을 통한 내적치유를 만들어내는 순례지이다.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북쪽 산기슭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 루르드(Lourdes). 한해 600여만 명의 세계인들이 순례하고 수백만통의 엽서와 편지가 날아드는 성지이다. 고해성사 신자수만도 한해 40여만 명을 훌쩍 넘는다. 한국 신자들도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루르드성지를 가장 많이 찾는다.

 

이 도시의 철도는 1867년, 마치 성모의 뜻에 부합하듯 생겨났다. 1862년 프랑스 타브르교구장이 성모발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교서를 발표하고 동굴 위에 성당 건립을 시작한 이후 꾸준한 성지 조성과 교통발달 등으로 순례객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루르드의 기적  - 연간 20여 건의 치유 발생

 

휠체어에 앉은 이들, 늙고 허약한 노인들, 자원봉사자에 기댄 장애우들…. 루르드 동굴 맨앞은 언제나 병약한 이들로 메워져있다.

 

루르드는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병자들의 피난처’로 잘 알려져 있다.

 

성모발현 이후 루르드에서는 지금까지 7000여 건의 기적 치유 사례가 보고됐다. 그러나 현재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적은 총 67건이다.

 

5개 국어로 발간되고 있는 ‘루르드 매거진’에 따르면 현재도 연간 20여 건의 치유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적들은 의심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전한다. 저서 ‘루르드의 기적’을 펴낸 호주 마리아회 폴 글린 신부는 “벨라뎃다 성녀가 받은 메시지 중의 하나는 우리 삶이 종점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이라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긴 여정이 그렇듯 인생도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궁극에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 안에 들어가는 것이고 이것이 여정 중에 겪는 모든 고생과 눈물과 고통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교회가 인정하는 기적 치유’로 등록된 것은 이탈리아인 안나 산타니엘로씨의 심장병 치유 건이다.

 

그는 심장기형으로 인한 심장병과 각종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며 의료진으로부터 치유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40세가 되던 해 루르드를 순례한 후 그의 병은 깨끗이 낳았으며 수십년이 지나 교회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다발성경화증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프랑스인 장 피에르 벨리씨도 루르드의 순례와 기도 후 완치됐다. 이 사례는 루르드의 66번째 치유 기적으로 등록됐다.

 

원폭피해의 참상을 담은 저서 ‘나가사키의 종’으로 한국신자들에게 잘 알려진 일본 과학자 나가이 다카시 박사도 루르드의 기적 치유를 경험한 인물이다. 1945년 9월 그는 원폭으로 입은 치명적인 상처가 의학적으로 불가해한 방법에 의해 즉각 치유됐다고 전했다. 당시 그의 장모는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가 일본 나가사키에 지은 루르드 성소에서 떠온 물로 입술에 십자가를 그었을 뿐이라고 한다.

 

과학자 알렉시스 카렐은 루르드에서의 기적을 직접 목격하고 증언했다. 그의 기록들은 사후 ‘루르드 여정’이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카렐은 세계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하고 또 노벨의학상도 받은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는 하느님의 존재는 증명이 불가능한 이론적 문제일 뿐 인간의 삶과는 실제적 관계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우연히 루르드 의료봉사에 참가, 치유 사례를 직접 목격하고 각 사례들이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과학자야말로 휴머니즘과 인류의 행복을 찾아나서는 선구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카렐은 주변의 많은 과학자들과 지성인들에게 영적 활력이 결핍돼있음을 매우 아쉬워했으며, 이어 성경말씀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게 됐다.

 

루르드 성지에서의 기적 치유 심사는 1882년 설립된 루르드 의무국에서 실시한다. 이 의무국은 전 세계 모든 의사들에게 열려있으며, 의사들은 기적으로 병이 나은 사람들을 조사하거나 의무국 내 문서를 살펴볼 수 있다.

 

의무국에서는 이전에 불치병 판정을 받은 이들이 치유된 사례를 조사하고 완치 확인서를 발급하지만 결코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또 이곳에서는 정신적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질병이 아닌 오직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고 의학적으로 입증된 기질적 질병의 치유 사례만을 제한적으로 조사한다.

 

기적 치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매우 심각하고 치료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질병으로, 회복단계가 아니며, 효과적인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을 충족해야 한다. 또 치유는 즉각, 완전하게,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톨릭신문, 2008년 1월 6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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