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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위한 선택, 탈GMO: GMO 개발과 그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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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0 ㅣ No.1405

[경향 돋보기 - 생명을 위한 선택, 탈GMO] GMO 개발과 그 위험성

 

 

지엠오(GMO)는 세계인에게 상당히 익숙한 용어이지만 우리말로 선뜻 번역해 부르기가 쉽지 않다. 1996년 사람이 먹는 지엠오가 상업화된 이후 현재까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리는 ‘유전자 변형 식품’, 그리고 뭔가 나쁜 음모가 느껴지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 동시에 불리고 있다. 이미 세계인이 먹어온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탁에 매일 오르는 지엠오, 왜 만들었을까

 

지엠오(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이전에 비해 유전자가 변형(조작)된 생명체라는 뜻이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온갖 생리 기능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지엠오는 이전에 비해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는 단백질을 가진 생명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 가운데 무엇이 지엠오일까? 예를 들어 방울토마토는 지엠오일까? 말 뜻대로 해석하면 그렇다. 본디 토마토는 방울만 한 크기가 아니었다. 크기가 작아지려면 토마토에서 크기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어떤 변화가 생겨야 한다. 곧 유전자가 변형되지 않고서는 토마토가 방울처럼 작아질 수 없다.

 

하지만 방울토마토를 지엠오라고 부르지 않는다. 방울토마토는 전통 육종의 산물이다. 전통 육종은 같은 종(種)끼리 교배하는 일을 뜻한다. 곧 농가에서 토마토끼리 교배한 끝에 방울만 한 크기를 얻은 것이다. 이에 비해 지엠오는 전통 육종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생명체이다. 가령 배추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를 넣은 토마토가 바로 지엠오이다. 토마토와 배추는 서로 다른 종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절대 교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일반적으로 지엠오는 미생물, 식물, 동물, 심지어 인간의 특정 유전자를 넣어 만들어진 생명체를 가리킨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된 지엠오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카놀라)이다. 이들은 대부분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가공 식품의 형태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GM 콩’은 99% 이상이 콩기름 제조에 이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장류와 두유, 이유식, 환자용 회복식, 그리고 소시지, 햄, 맛살 같은 육류 가공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GM 옥수수’는 대부분 전분(녹말), 그리고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의 총칭인 전분당(과당, 물엿, 올리고당 등)으로 사용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으로 따져 보면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빵, 과자, 음료, 빙과, 소스, 유제품 등이다.

 

지엠오 하나를 만들려면 무려 1천억 원 이상의 비용과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에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몬산토, 신젠타, 듀폰, 바이엘 등 다국적 기업들이 지엠오를 만들어 왔다. 이전부터 농산물 종자와 농약을 독점적으로 개발해 오다 첨단 생명 공학의 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기업들이다.

 

이들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식량 문제의 해결이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콩이나 옥수수에 집어넣은 유전자가 무슨 기능을 발휘하기에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진 지엠오가 재배되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지엠오는 두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제초제에 견디는 기능과 살충 기능이 그것이다.

 

농사지을 때 한 가지 골칫거리는 잡초이다. 예를 들어 콩을 수확할 때 잡초가 뒤섞여 있으면 제대로 골라내기 어렵다. 제초제를 뿌리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지만 제초제에 콩도 함께 죽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초제를 뿌릴 때 콩은 살리고 잡초만 없애도록 개발된 것이 지엠오이다. 곧 특정 미생물에서 제초제 성분을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골라내고, 이 유전자를 콩 종자의 유전자에 집어넣으면 이 콩은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다. 주변의 무성한 잡초만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적당한 양의 제초제를 뿌려도 콩의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농사에서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벌레가 콩을 갉아먹는 일이다. 미생물 가운데에는 벌레의 소화 기관을 마비시켜 굶어 죽게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종류가 있다. 이 유전자를 골라내 콩 종자의 유전자에 집어넣으면, 벌레가 콩을 갉아먹다가 죽어 버린다. 그 결과 콩의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다.

 

 

위해성 논란은 진행 중

 

현재 세계인이 먹고 있는 지엠오는 당연히 인체에 독성이 없다고 과학적으로 판단되는 품목들이다. 개발사들은 독성 시험 결과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학계에 논문 형태로 보고한다. 지난 20여 년간 안전성이 확인되었다고 보고된 논문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긍정적 입장만 제시되어 온 것은 아니다.

 

지엠오의 독성을 판단할 때 동물에게 해당 지엠오를 직접 먹여 보며 관찰하는 실험이 중요하다. 외래 유전자가 작물의 유전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작물의 기존 유전자에 변형이 생겨 새로운 종류의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실험동물에게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식품을 투여하는지에 따라 실험은 크게 ‘단회 투여’ 독성 시험과 ‘반복 투여’ 독성 시험으로 구분된다. 단회 투여는 말 그대로 지엠오를 한 번 투여하고 14일이라는 단기간 내에 나타나는 급성 독성을 관찰하고자 하는 경우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웬만큼 강한 독성이 아니라면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비해 반복 투여는 1-3개월(아급성), 3-6개월(아만성), 6개월(만성) 등의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지엠오를 먹여 보는 경우이다.

 

지엠오는 사람이 평생 먹게 될 작물이다. 그렇다면 단회 투여가 아닌 반복 투여를 통해, 그리고 반복 투여 가운데에서도 최대 6개월 정도 실험동물의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아한 점은 국가별로 이들 실험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엠오의 안전성 기준을 가장 엄격히 설정했다는 유럽 연합(EU)의 경우 3개월 실험을 선택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사춘기 정도까지 계속 지엠오를 먹여 보는 셈이다.

 

2012년 9월 프랑스 칸대학의 연구진은 이 기간에 문제를 제기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몬산토의 옥수수(NK603)와 제초제를 쥐에게 먹이면서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유선 종양, 간과 신장의 손상이 크게 늘어난 점을 발견했다. 특히 암컷이 수컷에 비해 이상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충격을 던졌다. 첫째, 연구진의 논문이 미국의 전문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이 학술지에는 2004년 ‘NK603’이 안전하다는 요지의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고, 이후 몬산토는 이 논문을 안전성의 주요 근거로 제시해 오곤 했다. 하지만 동일한 학술지에 반대의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둘째, 연구진은 지난날 실험들과 달리 쥐의 상태를 전 생애에 걸쳐 관찰했다. 보통 지엠오의 쥐 실험은 최대 3개월을 넘지 않지만 연구진은 쥐의 평균 수명 기간인 2년 동안 관찰한 것이다. 이 논문은 주류 과학계의 대대적인 비판 속에 취소되고 다른 학술지에 다시 게재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엠오의 안전성 검사가 현재보다 엄격하게 진행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지엠오의 환경 위해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다. 그 내용은 슈퍼 잡초의 등장과, 이를 없애려는 농약 사용의 증가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제초제에 잘 견디는 지엠오를 떠올려 보자. 기대대로라면 밭에 제초제를 뿌렸을 때 지엠오는 살아남고 주변 잡초만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주변 잡초가 제초제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흔히 슈퍼 잡초라고 부른다. 슈퍼 잡초를 없애려면 당연히 더 많은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

 

2015년 3월에는 제초제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한 의학 학술지를 통해 글리포세이트가 높은 수준의 발암성 물질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글리포세이트는 지엠오를 재배할 때 주로 살포되고 있으며, 바로 지엠오 때문에 그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제초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해 11월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정반대의 결론을 발표했다. 글리포세이트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지엠오는 유기농 농가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유기농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이다. 동시에 지엠오의 재배와 수출에서 최강국이다. 지엠오를 꺼리는 미국인들은 농무부가 인정한 유기 표시가 붙은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정작 유기농을 재배하는 미국의 농가에서는 지엠오의 ‘오염’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오염은 왜 발생할까? 인근 경작지로 지엠오 꽃가루가 날아가거나 아예 종자가 이동할 수 있다. 실제로 오염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유기농 농가에서 정부의 유기 인증을 상실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유기 인증 표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기농은 항상 비지엠오인가? 아니다. 대개 그렇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농업 생산량이 증가했는지도 의문

 

최근에는 지엠오가 농업 생산량을 별달리 증가시키지 못했다는 보고들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여 년간 옥수수의 생산량을 비교해 보니, 지엠오의 재배가 활발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지엠오를 수입하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보다 별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대대로라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두 배 이상 많이 생산되어야 했는데 말이다.

 

농가의 소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개발사들은 제초제에 견디고 벌레 잡는 기능을 갖춘 지엠오를 재배함으로써 농민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농민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주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지엠오로 개발된 모든 종자에는 특허가 등록되어 있다. 특허의 소유권은 지엠오를 개발한 다국적 기업이 가지고 있다. 농민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종자를 구입하면서 별도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종자의 사용은 1회로 한정된다. 곧 농민이 종자를 뿌려 수확을 한 뒤, 자신의 농산물에서 종자를 얻어 사용하면 안 된다. 수확을 마친 뒤에는 번번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다시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

 

한편 농민은 종자와 함께 제초제를 한 회사로부터 사야 한다. 제초제에 잘 견디는 종자를 심는다면 당연히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 만일 다른 회사의 제초제를 뿌리면 그 종자는 죽어 버린다. 종자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도 다국적 기업이다. 결국 농민은 종자를 구입한 시기부터 계속해서 다국적 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에 빠진다. 따라서 지엠오의 등장 이후 결국 개발사만 큰 이익을 보게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그 몸집을 키우면서 새로운 지엠오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엘과 몬산토, 중국화공 그룹과 신젠타,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임에도 이대로라면 세계인의 식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지엠오가 대거 등장할 것이다.

 

* 김훈기 - 홍익대학교 교양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과 과학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과학 정책을 전공했다. 과학 기술과 사회의 관계, 특히 생명 공학의 산물이 일반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합성생명, 창조주가 된 인간과 불확실한 미래」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7년 6월호, 김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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