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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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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21 ㅣ No.394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어떻게 하나요?

 

 

질문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사형수마저도 용서를 한 어머니가 계신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것도 남의 이야기인 것 같고 저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며칠씩 기도를 해보고, 피정도 가 보고 성사를 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용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경의 구절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용서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용서를 강조해왔지만, 각 신자들의 삶에서 실현되기는 힘든 것이라고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용서했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지내다가도, 문득 용서를 하지 못한 자신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서가 참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상대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지나치게 잘못을 했을 경우가 있습니다. 또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상대방이 얄밉게도 자신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거나, 반성한다는 말에 진심이 안 느껴지면 더 용서하기가 힘이 듭니다. 용서를 하려고 해도 계속해서 상대에게 배반당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그렇습니다. 용서하고 나서 벌어질 상황을 내가 헤쳐 나갈 자신이 없을 때도, 쉽게 용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용서를 못하는 사람의 특징에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완벽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비난이나 비평을 면하려는,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의 고해성사를 통해서 혹은 이번의 용서를 통해서 문제가 잘 해결되고 더 이상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용서하기가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완벽한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용서를 하는 행위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은 실수와 오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좀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용서를 안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분노와 미움이 치밀어 올라서 화병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품고 있으면 결국 다치고 피해를 입는 쪽은 자신일 것입니다. 그래서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용서를 하시면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지금, 현재를 살아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나도 한 번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었던 행동을 떠올려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대개 자신이 타인들에게 준 상처는 기억하지 못해도 남들이 나에게 입힌 상처는 오래 기억이 됩니다.

 

꾸짖고 벌하지 않고 덮어줄 수 있는 마음을 하느님께 청해 보시길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5월 21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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