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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4차 산업혁명과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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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0 ㅣ No.1384

[기획] 제4차 산업혁명과 가톨릭교회

 

인공지능이 인간 행동 예측… 자본과 기술 양극화 우려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막대한 데이터가 분석돼, 이를 토대로 인간 행동이 예측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 디지털 기술이 장착된 안경으로 다양한 일상 서비스를 활용하는 상상도.

 

‘융합’과 ‘연결’의 특징을 지닌 제4차 산업혁명이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막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인간 행동이 예측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인간 정체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술 혁명에 직면한 이 때, 사회와 교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

 

지난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 1500여 명에 달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가해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 관해 논의했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이 엄청난 파도가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혁신이 “생산성 증가로 공급 측면의 기적을 가져올 것”이지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엔 “미래에 대한 위대한 약속과 치명적인 위험이 동시에 공존”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 불의의 세계 상황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교황은 세계경제포럼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번영의 문화가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울부짖음에 귀 막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특히 ‘불평등과 가난의 급증’과 ‘급격한 일자리 수 감소’를 우려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세계 최대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최고 부자 62명의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이 가진 부와 맞먹는다”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세계경제포럼은 1월 18일 ‘미래고용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혁명과 교회의 사회적 관심

 

인류 역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확장의 역사다. ‘혁신’의 면에서 볼 때 ‘농업혁명’은 최초의 ‘혁명’이었다. 원시 수렵 채집 사회를 지나온 인류는 농사를 지어 비약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향상했고, 노동 잉여물을 축적해 ‘문명’을 탄생시켰다. 

 

‘산업혁명’은 ‘생산수단’이 인간 노동력에서 물질 또는 자연의 힘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1760년 영국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은 인간 이성이 ‘기술’을 통해 자연의 힘을 제어하고, 생산수단과 생산양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계기였다. 

 

탄광에서 시작된 증기기관의 획기적인 효용성은 면직업으로 확산 적용됐고, 증기기관차의 등장은 인간 활동 범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기술, 정보의 전파를 가속화했다. 거대한 철제기계와 공장으로 생산 체제가 집약돼 엄청난 생산품들이 쏟아졌다. 기술 혁신과 자본 확충, 제1차 산업혁명은 과학 기술이 상업적 동기에 의해 발전하는 시발점이 됐다.

 

전기 동력으로 대량 생산이 이뤄진 제2차 산업혁명은 1차 산업혁명에서 시작된 기계 문명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켰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1·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서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고 소수의 자본가가 거대한 부를 소유했다. 반면 도시 빈민가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비참하게 살아야 했다. 

 

가톨릭교회가 사회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렇게 산업혁명이 야기한 사회 문제에 눈뜨면서부터였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응은 처음에는 자선과 구휼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반포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을 시작했다. 이 회칙은 ‘새로운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써,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와 집단주의적 사회주의가 갖는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고 복음적 시각에 바탕을 둔 대안을 제시했다.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을 통해 드러낸 근본적 관심은 노동자의 비참한 처지였다. 교회는 그들이 착취당한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그 원인이 소수 자본가들의 생산수단 독점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개입해야 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랑을 바탕으로 참된 그리스도교적 윤리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화 사회, 정보 혁명 등의 용어와 함께 도래한 제3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처리기술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생산 자동화를 통한 진화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1980년대 디지털화,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 융합, 그리고 2010년대 지능정보가 거대하게 융합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산업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세계화가 촉진됐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됐다.

 

 

제4차 산업혁명

 

제4차 산업혁명이 기술 진보의 연장선 위에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산업혁명의 단순한 연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그 이유를 엄청난 속도(Velocity), 파장의 범위(Scope), 그리고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System Impact) 때문이라고 말한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기술의 융합을 특성으로 물질계와 디지털, 그리고 생물학적 분야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로써 나타나는 산업 분야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량,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에너지 저장술, 퀀텀 컴퓨팅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고(초연결성), 이를 통해 마련된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며(초지능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예측가능성). 이러한 일련의 단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제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제품 생산에 반영하는가가 관건이 된다. 

 

문제는 새로운 경쟁력의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미 고도로 축적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보유한 선진국은 또 다시 기술 혁명의 열매를 독점할 것이고,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미 인류는 1~3차 산업혁명의 사례를 통해 그 문제점을 경험했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이른바 ‘고삐 풀린 자본주의’와 ‘규제 받지 않는 시장’의 경제 질서 안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려하고 경계했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자아낼 수 있다.

 

 

축복인가 재앙인가, 초점은 사람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이기도 한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냉혹한 기술 융합이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나 협동심 같은 인간적이고 기본적인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닐지 회의하곤 한다”고 밝혔다. 변화의 급진성을 고려할 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인간을 로봇화하고 우리에게서 인간의 영혼과 심장을 앗아가 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에서, 오히려 종교와 신앙, 영성의 역할은 전에 없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보스 포럼에 참가했던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대교구장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임박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영적인 대응’(Spiritual response)”이라며 “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슈밥 회장은 “종교와 신앙은 전통적 가치 체계를 유지한 채, 새로운 현대성을 탐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신앙의 힘을 통해, 글로벌하고 서로 연결된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문화적 르네상스를 촉진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회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이나 그로 인한 혼란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가 아니다”라고 슈밥 회장은 말한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사람과 가치의 문제로 귀결’되기에 “인간을 우선시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 인류를 새로운 단계의 통합적이고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존재로 이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9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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