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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하느님이 머무시는 작은 공동체, 가정(교황권고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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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22 ㅣ No.993

하느님이 머무시는 작은 공동체, 가정

 

 

교회와 수도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2017년 연중기획의 주제를 ‘가정’으로 정했다. 가정에 대한 교황님의 서한과 총장 신부의 제안을 생각하며 이 시대의 가정을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번 호는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이 나온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본다. <편집부>

 

 

성경에서 말하는 가정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은 인간이 결코 홀로 지내기를 바라지 않으셨다. 그래서 하와를 창조하시어 인간이 서로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고, 함께 사는 기쁨을 나누길 원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3).”는 말씀으로 그들을 결합시키시어 인류 최초의 공동체인 가정을 이루어주셨다. 비록 성경에는 ‘가정’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남녀가 혼연일체가 되어 사는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공동체를 ‘가정’이라 부른다.

 

유다인들이 생각하는 가정의 최우선 목표는 자녀출산이다. 남녀가 가정을 이뤄 자녀를 낳는 것은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이었다(창세 1-2장 참조).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해 동족끼리 혼인하였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거대한 민족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가족은 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번성시키는 지체 역할을 하였다.

 

 

가정은 교회의 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그의 저서 ‘전세계 가정에게’에서 “가정은 교회의 길, 수많은 길 가운데 가정이 제일가는 중요한 길입니다. 이 길은 함께 걷는 길이며, 아주 특별한 길로,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하나이듯 하나만 가질 수 있는 길입니다. 인간이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길입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가정은 교회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교회 역시 가정이 교회 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가정의 의미와 중요성은 생명의 존엄과 직결된다. 성경에서 결혼은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거룩한 행위이다(창세 1,28 참조). 인간이 교회와 사회의 일원으로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가정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에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마땅한 의무가 있으며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주어야 한다. 또한 하느님의 자녀로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신앙교육을 해야 한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자녀는 교회와 사회에서 사는 법을 배우며, 그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관심과 사랑을 훗날 그들의 자녀에게 물려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 47항에는 “개인의 행복, 일반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안녕은 부부공동체와 가정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고 언급되어 있다. 즉,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못자리다. 가정의 의미와 중요성은 생명의 존엄과 직결된다.

 

 

위기를 맞은 이 시대의 가정

 

현대사회에 들어서 전통적인 가정관과 결혼관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가정은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경제적인 문제와 복잡하고 번거로운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성향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상호간의 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혼인이 아닌 단순히 동거를 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성격 차이, 배우자의 부정, 가족 간의 불화, 폭력 등의 이유로 이혼을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녀교육과 경제적인 문제로 서로 떨어져 지내는 부부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가족 간의 소통 부재로 이어지고 관계도 서먹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교회는 이러한 가정의 위기를 직시하고 있다. 이에 현대 가정의 고통에 귀기울이고 동행하기 위하여 2015년 10월 4일에 열린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주제를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으로 정했다. 교회가 가정 문제를 단독으로 다루었다는 것은 가정이 신자들의 신앙과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인지하고 있으며, 오늘날 전세계 가정이 겪고 있는 위기를 점검하고 이를 위해 교회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대의원회의는 현대 사회와 세계의 가정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 시대의 가정을 이해하기 위한 사목적 방향을 제시하며 당면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교회는 가정과 가정사목이 교회의 사목과 하느님 백성의 신앙과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시대의 가정을 위한 교회의 메시지 ? 사랑의 기쁨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 성 요셉 대축일에 2014년과 2015년에 소집하신 가정에 관한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를 종합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 Amaris Laetitia’을 발표하였다. “사랑의 기쁨, 가정 안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문헌은 총 325개 항으로 구성되었다. 이 문서에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최종 보고서들과 전임 교황들의 문헌과 가르침 그리고 가정에 관한 당신의 수많은 교리교육적 가르침이 인용되었다.

 

‘사랑의 기쁨’은 여타 문헌들과는 달리, 가정에 관련된 교리를 다룬다거나 신학적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닌 사목적 도움을 주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또한 이상적 가정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생활의 다양하고 복잡한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서는 열린 시각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계획이 아닌 현실에 대한 사목적 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이 문서는 또한 영적 조언과 실천적 지혜로, 모든 부부나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시대의 가정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인 ‘사랑의 기쁨’은 제목 그 자체로 긍정적인 면을 드러낸다. 가정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다루지만 어렵고 위기에 처한 가정에 대한 우려와 교회의 가르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 자체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가정은 진정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이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인류 공동체를 완성하는데 가장 필요한 협력자이다. 그래서 교황권고는 가정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고 어떻게 하느님을 따라 살 것인가를 제시하고 그 길을 따라오도록 이끌어 주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사랑의 기쁨’의 핵심

 

교황권고는 각 나라와 문화마다 다른 가정의 복잡한 상황과 이 시대의 가정에 대한 심층적 연구의 필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가정이 처한 현 상황을 언급하지만, 교리적 ? 윤리적 또는 사목적인 모든 문제를 일괄적인 교회의 가르침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문헌은 구체적인 현실을 감안하여 해결의 방향을 밝혀주면서 각자의 상황과 개별적인 필요에 가장 적합한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에게 유익한 내용을 식별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의미로 지역마다 처한 문화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가르침보다는 토착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대의원회의에서 나온 의견들뿐 아니라 성찰과 대화, 사목적 실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 그리고 매일 투신과 도전 속에 살아가는 가정들에게 도움이 되고 격려가 되는 부분들도 고려했음을 밝힌다.

 

특별히 교황님은 이주, 성(性)의 구분을 부정하는 사상, 유행의 문화, 출산 거부 정서, 임신에 미치는 생명공학의 영향, 주택과 일자리 부족, 외설, 미성년자 학대,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 노인 홀대, 법률적인 가정의 붕괴, 여성 폭력 등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회가 혼인과 가정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사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교회의 가르침만을 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이 그 가르침을 허공의 메아리로 치부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회는 가정과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문헌 후반부에 가정 사목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다.

 

비록 전 세계 가정의 모든 문제들을 문헌에 다루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회의에 참석한 주교들이 이미 각 나라에서 처한 가정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중심으로 문헌을 작성했다고 이야기한다.

 

가정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교황님은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성사성, 생명의 전달, 자녀 교육 등을 언급하며 가정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적 가르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사랑’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정을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드러난 아버지의 사랑, 삼위일체의 사랑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나자렛의 성가정을 모범으로 제시하면서 언제나 하느님이 행하신 일들을 가슴에 담길 바란다고 전한다.

 

교황님은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히 설명하되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다. 가정의 파괴에 있어서도 사안에 따라 부부간의 책임 정도가 다르고 복잡하다는 것을 고려해 사목자들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어 사목자들은 필요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부부에게 귀를 기울여 상황에 따라 이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어떻게 괴로움을 견뎌나가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별히 이혼 후 재혼을 한 부부들을 언급하시면서, 자신들이 교회에서 파문당했다고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살아가며 활발한 구성원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 어디도 완벽한 가정은 없다. 일치를 이루다가도 서로 다투기도 하고, 행복하게 살다가도 불화를 겪을 수 있다. 그러기에 교황님은 “어떠한 가정도 완전한 형태로 영원히 천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각 가정이 사랑의 끈으로 연대하여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더 위대한 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데에 힘쓰도록 부르심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의 한계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사랑과 친교의 충만을 추구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고 말씀하신다(‘사랑의 기쁨’ 325항 참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의 복음화이다. 가정은 복음화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 복음화의 주체이다. 그래서 신자 가정은 가정 복음화 사도직의 못자리이며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교황님은 복음의 메시지가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들 사이에서 전파되기를 바라신다(‘사랑의 기쁨’, 58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신자 가정들이 삶에서 부딪치는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가정 사도직의 능동적인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힘껏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정은 진정한 소통의 자리이다. 교황님은 2015년 홍보주일 담화의 주제를 가정으로 잡았다. 담화에서, 가정은 무엇보다 우리가 소통을 배우는 첫 자리이며, 이에 초점을 맞추면 좀 더 참되고 인간적인 소통을 할 수 있고 가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정은 인간이 함께 있음을 체험하면서 소통을 배우는 환경이며 소통하는 주체이자 소통하는 공동체라고 이야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가정은 함께 하고 행복하게 살며 생명의 열매를 맺는 공동체이다. 가장 훌륭한 가정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 부모와 자녀의 관계의 아름다움과 부요를 증언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줄 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가족지를 통해 이 시대의 가정문제를 성찰하고, 교황권고를 중심으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살레시오 가족, 2017년 3월호(14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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