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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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07 ㅣ No.2441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4)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 (상)


평범한 찬송가 ‘바흐 스타일’로 부활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은 원래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선율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성가 책에 등장하는 이 성가는 바흐(J. S. Bach, 1685~1750)의 칸타타 147번에서 사용된 것이다.

 

칸타타(Cantata)란 성악곡의 한 종류다. 어원은 ‘노래한다’라는 뜻의 라틴어 ‘Cantare’에서 유래했다. 이는 ‘울린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Sonare’에서 기원한 ‘악기로 연주한다’는 뜻의 소나타(Sonata)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성악곡을 의미했는데, 이후 악기 반주를 동반하는 몇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성악 작품으로 발전했다. 대부분 루터파 개신교의 예배에 사용하기 위해 코랄 선율로 작곡된 교회 칸타타가 주를 이루었으나, 세속 칸타타도 몇 곡 있다. 이후 여러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에 이 이름을 사용하면서 가톨릭에서 시작해 정착된 오라토리오와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180번 성가는 17세기에 활동한 독일의 음악가 쇼프(Johann Schop, 1590~1667)가 만든 코랄 선율이다. 다만 바흐는 이 선율을 자신의 여러 칸타타에서 활용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선율을 조금씩 변형시키며 자신의 여러 칸타타에서 사용했는데, 각각 BWV(바흐 작품 번호) 55번의 5악장, 244번의 40악장, 147번의 6악장과 10악장, 154번의 3악장, 146의 8악장, 359번과 360번 그리고 118번에서 사용했다. 당시에는 오늘날과 달리 다른 이의 선율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바흐는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이들의 코랄 선율을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다. 바흐가 조금씩 변형시키며 차용했던 쇼프의 선율 가운데 우리 성가집에 수록된 선율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유명해진 것은 147번에서 사용됐다. 바흐가 ‘마음과 입과 행실과 삶은(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칸타타 147번은 그가 바이마르에 머물던 1716년경에 대림 제4주일 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이 악보는 오늘날 전해지고 있지 않으며, 작품 번호도 147a로 따로 붙이고 있다.

 

이후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루터교회 음악가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는 대림 제2~4주일까지는 조용한 가운데 속죄를 수행하는 ‘Tempus clausum(침묵의 시기)’라는 로마교회 전통을 지키는 때여서 칸타타를 연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1723년 몇 개의 곡을 더 추가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용으로 이 작품을 다시 꾸몄고, 147번 칸타타가 탄생했다. 바흐는 1부를 마무리하는 합창(6악장)과 2부를 마무리하는 합창(10악장)에서 이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3월 5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5)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 (하)


독일 찬미가에서 영감 받은 영국 시인 시에서 가사 유래

 

 

- 영국 시인 브리지스.

 

 

180번 성가 ‘주님의 작은 그릇’ 선율은 17세기에 활동한 독일 음악가 쇼프(J. Schop, 1590~1667)가 만들고 바흐(J. S. Bach, 1685~1750)가 자신의 여러 칸타타에서 사용했다. 특히 이 성가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용으로 만든 칸타타 147번을 통해 널리 알려진 코랄 선율로, 6악장과 10악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칸타타의 주요 가사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사야서 11장 1-5절과, 마리아의 노래가 담긴 루카복음서 1장 39-56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 시인 프랑크(S. Franck, 1659?~1725)의 시 ‘마음과 입과 행실과 삶은(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이 가사에 사용됐다. 합창으로 부르는 코랄 부분은 독일의 개신교 성직자이자 음악가였던 얀(M. Jahn, 1620~1682)이 쓴 독일어 찬미가 「예수, 내 영혼의 기쁨(Jesu, meiner Seelen Wonne)」가 쓰였다. 6악장에서는 여섯 번째 연(Wohl mir, daß ich Jesum habe, 예수님과 함께함이 얼마나 행복한가)을, 10악장에서는 열여섯 번째 연(Jesus bleibet meine Freude, 예수께서 기쁨을 주셨도다, 열일곱 번째 연으로 분류되기도 함)을 사용하고 있다.

이 칸타타의 한국어 제목은 흔히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은 독일어 원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다. 영국의 시인 브리지스(R. Bridges, 1844~1930)가 얀의 ‘예수, 내 영혼의 기쁨’이라는 독일어 찬미가에서 영감을 받아 쓴 ‘Jesus, joy of man’s desiring’이란 시를 영미권에서 이 코랄의 영어가사로 쓰면서 붙게 된 것이다. 본래 독일어 코랄로 불렀던 가사는 17세기 독일 시인 리스트(J. von Rist, 1607~1667)가 쓴 ‘Werde munter, mein Gemte(깨어 있으라, 내 영혼아)’이다.

가톨릭성가집 180번에 수록된 우리말 가사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로마에서 수학한 이순금(아나스타시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수녀가 만든 것이다. 모두 3절로 구성된 가사의 주제어는 각각 ‘그릇’, ‘정원’, ‘궁전’. 그릇은 “이스라엘 집안아, 옹기장이 손에 있는 진흙처럼 너희도 내 손에 있다”는 예레미아 예언서 18장 6절을 인용했다. 정원은 “땅이 새순을 돋아나게 하고 정원이 싹을 솟아나게 하듯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민족들 앞에 의로움과 찬미가 솟아나게 하시리라”는 이사야 예언서 61장 11절을, 궁전은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궁전에 계시고 주님의 옥좌는 하늘에 있어 그분 눈은 살피시고 그분 눈동자는 사람들을 가려내신다”는 시편 11편 4절을 기초로 삼고 있다. 운을 맞춰 아름답게 꾸민 가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친교’와 ‘나눔’을 강조하는 영성체 성가로 분류돼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3월 12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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