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영화ㅣ음악 이야기 영화이야기ㅣ음악이야기 통합게시판 입니다.

안치환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스크랩 인쇄

강태원 [lion77] 쪽지 캡슐

2020-09-28 ㅣ No.30944



 

앨범 코멘트(comment)(4588)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안치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75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