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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아베 정권에 탄압받는 일본 노조, 세계 노동자들 함께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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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ㅣ No.218561

[인터뷰]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연대노조, 한 해 동안 76명 체포당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괴롭힘 당해”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08-21 08:07:52
수정 2019-08-21 0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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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연대노조가 시민사회와 함께 오사카 경찰본부를 찾아 공안탄압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5일 연대노조가 시민사회와 함께 오사카 경찰본부를 찾아 공안탄압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모습.ⓒ건설노조 관계자

한·일 양국의 노동단체들이 ‘반아베’ 구호로 하나가 되고 있다. 점차 극우화로 치닫는 아베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을 취하고, 자국 노동자들을 상대로 탄압을 일삼으면서다.

광복절을 맞아 방한한 일본 제2노총인 전노련(全勞聯, 전국노동조합총연합회)이 노동자대회에 참석해, 한일 양국의 노동자가 함께 일본 아베 정권의 잘못된 행보에 맞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에는 일본의 또 다른 노총인 전노협(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 全勞協)이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비판하며 한국의 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의 노동단체들도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 이웃 국가를 상대로 경제전쟁을 강행하며 양국의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베 정부에 맞서 서서히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단체도 일본 아베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는 일본 노동단체와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다. 이영철 수석부위원장과 소영호 조직국장을 비롯한 건설노조 관계자 8명은 지난달 4일 3박4일 일정으로 방일하여, 아베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공안탄압을 받고 있는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동조합(이하, 연대노조)의 저항에 연대했다. 반전·평화와 노동 운동을 펼치는 연대노조 간부들 70여 명이 최근 1년 사이에 황당한 이유로 12차례에 걸쳐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경찰 도끼만행’으로 시작한 건설노조와 연대노조의 교류
일본 경찰, 산케이 기자 데리고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연대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이날 만난 이영철 수석부위원장과 소영호 조직국장은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상황과 분위기를 전했다.

1984년 11월 결성된 연대노조는 3천여 명의 건설, 시멘트·레미콘, 트럭운전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연대노조는 노동운동 외에도 주일미군 70% 이상이 집중돼 있는 오키나와(沖縄島)에 상근자를 배치하는 등 지속적인 반전·평화 운동을 펼치는 단체이기도 하다.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 아베 정부와는 의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체인 셈이다.

건설노조와 연대노조의 인연은 2001년 ‘경찰의 도끼 만행 사건’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건설노동자들이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레미콘 차량을 타고 서울 여의도에서 노숙 시위를 진행한 바 있는데, 당시 경찰은 도끼와 쇠망치를 들고 차량을 부수며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노동자들은 수십일 째 노숙농성으로 저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모습을 언론으로 접한 일본의 건설노동자들이 분노해 연대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건설노조와 연대노조는 꾸준히 교류해 왔다. 연대노조는 매해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왔으며, 건설노조 또한 매해 5~7월경 일본을 찾아 연대노조의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건설노조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고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인 올해 7월, 이 수석부위원장과 소 조직국장 등은 3박4일간 연대노조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연대노조와 함께 오사카(大阪)·시가(滋賀)현에 있는 경찰서와 오쓰(大津)지방법원 등을 항의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일본 경찰이 연대노조 사무실을 급습해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목격했다.

지난 7월 5일 일본 경찰이 산케이 신문 기자들을 대동하고 연대노조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5일 일본 경찰이 산케이 신문 기자들을 대동하고 연대노조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건설노조 관계자 제공

소 조직국장은 “7월 5일, (체포된 연대노조 간부들의) 재판이 있어서 법원으로 이동하는데, 함께 있던 연대노조 관계자들이 웅성거렸다. 경찰버스들이 노조 건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차를 돌려 다시 노조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무장한 경찰 60여명이 압수수색을 위해 노조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장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기자도 함께 였다. 일본 경찰은 자신들의 공권력 집행이 정당하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의 행동이 폭력적이라고 기사를 써줄 언론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산케이 신문은 연대노조가 폭력적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일삼아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해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일본의 집회·시위 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모여서 항의 같은 걸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또 연대노조에 상급단체가 없다보니 더욱 표적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연대노조가 일본의 한 레미콘 공장을 찾아가 항의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대노조가 일본의 한 레미콘 공장을 찾아가 항의행동을 전개하고 있다.ⓒ건설노조 관계자 제공

일본 경찰의 창조적인 노조 탄압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 사이에 12번에 걸쳐 총 76명의 연대노조 관계자가 체포됐다. 파업은 ‘위력업무방해’, 위험 건설현장에 찾아가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은 ‘공갈미수’, 아들·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제출해야 할 취업증명서에 날인을 찍어달라고 한 것엔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일본 경찰의 노조 탄압 방식은 가히 창조적이었다.

일본의 레미콘업체는 대부분 영세해서, 거래처인 대기업 건설사와 시멘트제조업체 양쪽으로부터 갑질을 당해왔다. 사실상 사용자도 노동자와 같은 처지였다. 이 때문에 노조는 사용자와 함께 협동조합을 꾸리고, 대기업을 상대로 ‘가격 적정화’를 요구하며 싸워왔다. 지금도 일부 사용자들은 노조와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최대 규모의 오사카광역협동조합이 “가격 적정화가 이루어지면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어기고, 자신들의 이익으로 착복했다. 이에 노조는 파업과 항의행동으로 맞섰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이 노조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각종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사카광역협동조합은 혐한으로 유명한 인종차별집단을 이용해 대규모 거짓선전과 노조 사무실을 습격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일본 경찰은 체포한 연대노조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사건에 대해 묻지도 않고, “노조를 그만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하나로 병합할 수 있는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나눠서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구속된 조합원이 보석으로 풀려나면 다른 혐의를 적용해서 다시 잡아 가두는 방식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본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었다.

소 국장은 “일본에선 공모 죄라고, 테러 방지로 만든 법이 있다. 구체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사전에 이를 공모한 혐의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의 시범 케이스로 연대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침묵하고 있어서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며 “방송을 틀어도, 개인의 문제쯤으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만 그날의 주요 뉴스로 나오더라”고 전했다.

무관심이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 시도 등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계속되는 연대..“9월, 전세계 노동단체가 일본으로 모인다”

물론, 일본 사회에서 연대노조가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5일에도 일본의 다른 노동조합 단체인 전노협과 시민사회가 함께 경찰서에 항의방문 하는 등, 연대노조가 처한 문제에 함께했다. 이 부위원장도 “최근 일본 시민사회 중심으로 힘을 모아보자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대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일정으로, 건설노조는 오는 9월 14일 다시 일본을 찾을 계획이다. 이날 일본에서 아베 정부의 노조탄압 행위와 관련한 국제심포지엄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행사엔 한국의 건설산업연맹 상급단체인 국제건설목공노련(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 BWI) 등 건설관련 국제 노동단체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7월 6일 건설노조와 연대노조가 마지막 연대교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모습. 이날 건설노조는 연대노조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지난 7월 6일 건설노조와 연대노조가 마지막 연대교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모습. 이날 건설노조는 연대노조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건설노조 관계자

심포지엄에서 이 부위원장은 한국의 노조탄압 사례에 대한 발표에 나선다. BWI도 그동안의 스포츠 캠페인 사례를 발표하고, 참가 단체들과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에 관한 스포츠 캠페인을 어떻게 전개할지 논의한다. 스포츠 캠페인은 BWI가 올림픽·월드컵 개최지에서 경기장과 부대시설을 짓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및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일본의 연이은 수출규제 조치와 일본 권력층의 혐한 발언으로, 한국 국민들의 감정이 ‘반아베’에서 ‘반일’로 격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 지난 침략전쟁의 과오를 뉘우치고 반전·평화 운동을 펼치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일’이란 표현보다는 ‘반아베’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일본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들도 한국 상황을 아니까, 소식을 듣고 굉장히 좋아하더라. 그런 걸 우리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야, 겨울 내내 탄핵을 외쳐서 실제로 그걸 실현시켰는데, 일본은 그런 일을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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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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