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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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아내의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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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20-10-31 ㅣ No.98225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아내의 양말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2395#none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향하던 

거실에 있는 소파 위에서 하얀 물체가 감지되었다.

가까이 가서 흐린 눈을 껌뻑이며 초점을 잡고 보니 양말이었다.

 

우리 집에서 이론적으로는 신었던 양말이 거기 있으면 안될 일이었다.

벗는 순간 양말이 있어야  곳은 빨래 바구니 안이어야 했다.

그것은 최고 존엄께서 입법을 

강력히 지켜져야 하는 우리집 의 법규였다.

 

순간  가슴에 쿵하고 진동이 느껴졌다.

 

"내가  범법을 했나?"

 

그런데 양말을 들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아내의 양말이었다.

일단  양말보다는 흐린 눈으로 보아도 작았다.

그리고 양말이 발견된 장소가 소파의 왼쪽 구석이었다.

 

소파의 오른 쪽은 나의 영역이고,

왼쪽은 아내의 구역이

누가 법을 어겼는지 명확했

양말은  그대로 최고 존엄의 소행(?) 임을 알려주는 스모킹 건이었다.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러나 아내가 법을 어기는 일은 불가능했다.

언제나 아이들과 나에게 최고 존엄으로 추앙을 받을 정도

매사가 흠결이 없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범법자는 내가 되어야 했다.

양말을 벗어서 그곳에 둘 사람은 나밖에는 없는

문제는 양말이 아내의 것이라는  때문이었다.

 

얼마  잠에서 깨어 밖으로 

최고 존엄께 이리 아뢰는 수밖에 없었다.

 

"여보당신 양말을   여기 벗어 놓았을까?"

 

사태의 추이를 파악하는라 존엄께서는 말이 없으셨다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른 

이윽고 모든 것이 파악되었다는 표정을 지으

존엄께서는 양말을 들고  팔에 일격을 가했다.

 

그냥 지나쳐도  일을 기어코 말을 

양말로 맞는 징벌을 피할  없었지

하루 종일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했던

일을 하면서도 시도 때도 

요실금처럼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추느라 애를 먹었다.

 

그런데 환갑을 넘기고,

거기다   해를 보내고 

존엄의 머리에도 제법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굴에도 여기저기 주름이 잡히

총명함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최고 존엄의 바위 같이 굳건한 존엄성에도 이끼가 끼기 시작한 것이다.

 

양말로 때린 

내가 아니라 존엄 자신이 아닐까?

 

나이가 들며 모든 것이 쇠락해 가는

그녀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이나 마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상 젊지 않음그래서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님

한탄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양말로 맞은 팔은 정작 하나도 아프지 않았는

맞지도 않은 가슴은  이리 절절하게 쓰린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다음에 아내의 양말을 발견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빨래 바구니에 넣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존엄이 무너지는  원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영원히 

나에게 있어서 그녀

최고 존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결혼 38 주년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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