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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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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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모 [kanghmo7] 쪽지 캡슐

2020-08-04 ㅣ No.97595

찬미예수님!  

뒤늦게 만나 사랑하다
인생을 알고 신앙을 선택한 작가 8인의 가톨릭 입문 이야기

공선옥 - 눈물로 지은 집
우리 인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할 일도 오늘 내가 이렇게 땀 흘리며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세례

2004년 춘천의 겨울은 추웠다. 12월 24일 밤 12시, 춘천 죽 림동성당에서 나는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기 전, 신부님과 면담 하는데 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수녀님과 면담하면서도 눈물 쏟아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해 12월 내내 내 눈은 퉁퉁 부어 있었지 싶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성가를 부를 때, 성모송을 욀 때, 성체를 모실 때도 눈물 은 쏟아졌다. 미사 내내 어떻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조금은 창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생각 같아서는 나는 한 없이 울고만 싶었다. 내가 울고 있을 때 나는 내 속에서 한없이 착 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어린애 같은 마음이었다. 내가 우는 것은 내가 누군가한테 기대고 있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어린아이가 다 쳤을 때 아픔이 다 나았는데도 부모 품에서 우는 것은 이제 그렇게 울어도 되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맘 놓고 울어도 부모가 제 등을 어루만져 주기 때문에. 내가 꼭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울고 싶어서 라도 성당에 가고 싶어졌다. 사실 내가 언제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울어 본 적이 있었던가. 부 모님 돌아가신 뒤로 나는 울어도 그런 편안하고 안심되는 울음을 울어 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울어서는 안 된다고 나 자신을 다 그쳤다. 울어 봤자 소용없는 거라고. 내가 그랬던 것은 아무래도 내 가 맘놓고 울어도 될 상황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세례를 받으면서도 또 그렇게 울었다. 눈물이 줄줄 쏟아지는 걸 내버려 두었다. 우리 아이들이 막 사진을 찍는데도 이번에는 창피 하지도 않았다.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아무래도 내 안 의 주님을, 나를 감싸고 있는 나의 하느님을 너무 좋아하는 모양이 라고. 그 좋아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지금 내가 우는 모양이라 고. 세례 받은 날 밤, 날씨는 추웠지만 내 눈물은 나를 따스하게 감 싸 주었다. 따스한 눈물이 나를 감싸고 내 아이들을 감싸고 내 집을 감싸고 세상을 다 감싸는 것만 같았다. 나는 드디어 하느님의 집으 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하느님의 집은 눈물로 지은 집이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 출처 : 선교사랑방. 글쓴이 : 마르티노 권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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