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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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의 계약/아브라함[1]/창세기 성조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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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2-23 ㅣ No.13628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8.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의 계약

 

그때 그라르 임금 아비멜렉과 그의 군대 장수인 피콜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피콜은 이집트 또는 지금의 터키인 아나톨리아(소아시아)식 이름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대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 계시는구려. 그러니 이제 그대는 나와 내 자식들과 내 후손들을 속이지 않고, 오히려 내가 그대에게 호의를 베푼 것처럼, 나와 그리고 그대가 나그네살이를 하는 이 땅을 그렇게 대해 줄 것을 여기에서 하느님을 두고 나에게 맹세해 주시오.”

 

이는 아브라함이 그라르의 유목 생활에서 그의 식솔들이 그곳에서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나, 그라르 임금과 그의 장수가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들은 지난 과거는 접어두고서라도 앞으로는 서로 잘 지내보자는 투다. 그리고 자기들은 그곳에 머무르는 아브라함 일행들에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호의를 베풀면서 잘 해주지 않았냐는 거다. 이렇게 그들의 요구는 외형적으로는 좀 점잖게 굴고는 있지만, 내심 아브라함이 데리고 있는 일행들이 자기들을 종종 속여 들어왔기에,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서로 탁 까놓고 잘 지내보자는 것이리라.

 

사실 아브라함이 그들에게 무엇을 속였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왜 그렇게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설명도 없다. 다만 떠도는 나그네살이를 하다 보면, 유목민들 서로 간에는 다소 불화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게다. 그것도 말 못하는 가축을 끌고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남의 영역에 들어가서는 피해를 입히기도 했으리라. 그렇지만 그라르 임금은 아브라함 일행의 뒤에는 큰 언덕이 되어 버팀목이 되어주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하느님의 존재가 있다고 여겨 다소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아브라함에게 은연중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일 게다. 얼마 전 아비멜렉 임금의 꿈에, 하느님이 그에게 나타나 아브라함에 관해 일러둔 다짐도 한 몫을 했을 수도. ‘그 사람은 예언자이니,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면 너는 살 것이다. 그러나 네가 만일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너와 너에게 딸린 자들이 모두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을 알아 두어라’(20,7). 이를 보더라도 임금은 유목생활을 하는 아브라함에게, 최소한의 호의는 갖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아브라함 스스로가 대우를 받을 만큼 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 땅은 하느님께서 오래전부터 그에게 주기로 약속한 땅이었다.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 믿음으로써, 그는 같은 약속의 공동 상속자인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천막을 치고 머무르면서, 약속받은 땅인데도 남의 땅인 것처럼 이방인으로 살았습니다’(히브 11,8-9). 아브라함은 아비멜렉과 그의 군대 장수인 피콜의 요청에 맹세합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의 종들이 빼앗은 우물 때문에 아비멜렉에게 따졌다. 아비멜렉이 대답하였다. “누가 그런 짓을 하였는지 나는 잘 모르오. 그대도 나에게 말해 준 적이 없지 않소? 나는 오늘까지 그런 말을 들어 보지를 못하였소.” 그래서 아브라함이 소들과 양들을 데려다 아비멜렉에게 주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맺어진 계약은 서로를 침범하거나 속이지 않겠다는 쌍무적인 첫 번째 조약이다.

 

그런 다음 아브라함이 양 떼에서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따로 떼어 놓자,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에게 물었다.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따로 떼어 놓은 까닭이 무엇이오?” 아브라함이 대답하였다. “이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내 손에서 받으시고, 내가 이 우물을 팠다는 사실에 대하여 증인이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가 이 선물을 받지 않으면, 이는 우물이 아브라함의 소유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그가 받는다면, 그 자체가 이미 우물은 아브라함의 소유임을 증언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아비멜렉은 우물이 자기네 것이라고 더 이상 주장할 수가 없다.

 

아비멜렉은 그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포함한 전 양들과 소들을 받고는, 아브라함이 그 우물을 팠다는 것에 대하여 증인이 되어 주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이 거기에서 맹세를 했다고 하여, 그곳을 브에르 세바라 하였다. 브에르 세바는 일곱 샘’, 또는 맹세의 샘을 뜻한다. 이로서 아브라함은 결국 그 우물에 대한 자기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그들이 이렇게 브에르 세바에서 두 번째 맹세의 계약을 맺은 다음, 아비멜렉 임금은 그의 군대 장수 피콜을 데리고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으로 돌아갔다. 필리스티아인들은 해양 민족의 일부로 이집트인들에게 쫓겨나 기원전 1200년경 팔레스티나에 정착한 민족이다.

 

아브라함은 계속 유목 생활을 하면서 잠시 지나가는 브에르 세바 그곳에다, 광야, 모래 언덕, 소금기 있는 늪에서 빨리 자란다는 에셀 나무를 심었다. 그가 이런 유랑의 목축 생활을 하면서 나무를 심는 일은 이곳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그리하여 그는 그곳에서 히브리 말로 엘 올람을 뜻하는 영원한 하느님이신 주님의 이름을 높이 받들어 불렀다. 아브라함은 오랫동안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에서 나그네살이하였다. 그가 그 땅에서 오랜 기간 머물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계속]

 

[참조] : 이어서 '29.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시험'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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