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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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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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5-22 ㅣ No.12985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혜민 스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가만히 침묵하고 있을 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흙탕물은 흔들면 계속 흙탕물이 됩니다. 그냥 보기만 하면 흙은 가라앉고 맑은 물이 비로소 보이기 마련입니다. 격렬하게 논쟁을 벌일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도 침묵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면 비로소 해결책이 보이곤 합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필요할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감성과 이성을 지닌 사람에게 충전의 시간은 더욱 필요합니다. 사람은 전기만 채워지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이성은 때로 독선과 독단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사람의 감성은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성은 따뜻한 감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감성은 냉철한 이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냉철한 이성과 다양한 감성이 모인 곳입니다. 이성과 이성이 충돌할 때, 감성과 감성이 대립할 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성령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의 시간입니다. 할례의 문제, 음식의 문제, 나눔의 문제, 교리의 문제, 전례의 문제로 교회는 심각한 갈등이 있었고, 때로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멈추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입니다. 함께 기도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을 공의회라고 하였습니다. 현대 사회의 도전과 질문에 응답하는 것도 교회의 사명입니다. 시대의 징표에 응답하는 것도 교회의 책임입니다. 이런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침묵과 기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청해야 합니다.

 

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연을 움직이게 하는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몸체와 방향을 정하는 꼬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줄입니다. 연줄은 연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 같지만 연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연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어떤 연도 연줄이 끊어지면 곧 땅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연도 연을 날리는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면 바람을 이겨낼 수 없을 것입니다.

 

우주는 물질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모두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주는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 우리와 한참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도 에너지의 관점에서는 모두 연결된 것입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도, 뜨겁게 타오르는 저 붉은 태양도 모두가 소중한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에너지의 관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면 신앙은 당연히 신앙의 시작이며 마침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점을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여러분 안에 머무르면,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십시오. 여러분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입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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