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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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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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7-11 ㅣ No.139439

텃밭에 상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주어도 잘 자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추들이 빠른 속도로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과 삼겹살을 먹었어도, 여전히 텃밭에는 상추가 한 가득입니다. 옆에 있는 본당 사제관에도 나누어 드렸습니다. 방울토마토도, 고추도, 오이도 쑥쑥 자라는 걸 보니 참 신기합니다. 열배, 스무배,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물을 준 보람도 느낍니다. 텃밭의 야채가 그렇다면 사람을 만나고, 인재로 키우는 기쁨은 더 할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좋은 재목을 만나서 큰 사람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은 인생의 기쁨이라고 하였습니다. 교구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입니다. 3 학생들을 면담하고 예비 신학생 기숙사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아이들이 묵주기도를 함께하고, 아침기도와 미사를 함께하는 걸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양심성찰을 하고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3년 동안 키도 커지고, 마음도 성숙해진 아이들이 신학교에 입학하는 걸 보는 것은 제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신부님들과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년 만에 자전거를 타니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팠습니다. 부르클린 다리 밑에서 햄버거를 먹고 강 건너 맨해튼을 보았습니다. 뉴욕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메고 갔던 가방을 놓고 온 걸 알았습니다. 다시 가보았지만 가방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습니다. 이어폰, 보조 배터리, 차키, 안경이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신부님들은 핸드폰과 지갑은 있으니 다행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키는 여분이 하나 더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고, 이어폰은 함께 가신 신부님이 새로 구해 주신다고 하니 더 잘 되었습니다. 안경은 한국에서 여유로 하나 더 가져왔으니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보조 배터리야 새로 구하면 됩니다. 20년 만에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아무 사고 없이 잘 다녀온 것만도 감사 할 일입니다. 엉덩이가 아팠는데 가방을 잃어버렸더니 엉덩이 아픈 것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고통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한걸음 더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도 삶의 방법입니다.

 

코로나193달 동안 공동체 미사가 없었습니다.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동체 미사를 재개하는 교구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부르클린 교구도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어떤 분에게는 길가에 떨어진 씨일지 모르겠습니다. 의무적으로 나왔던 성당을 안 나오게 되고, 신앙의 싹이 시들어갈지 모릅니다. 어떤 분에게는 돌밭에 떨어진 씨일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방송미사를 참석했지만 그것도 점점 귀찮아져서 그만두었는지 모릅니다. 어떤 분에게는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일지 모릅니다. 방송미사도 참례하고, 가족들이 기도했지만 날씨가 좋아지면서 깜빡 잊어버렸는지 모릅니다. 락다운(Lockdown)이 조금씩 해제 되면서 다른 것들에 마음이 갔는지 모릅니다.

 

어떤 분에게는 코로나19가 좋은 땅에 떨어진 씨일지 모릅니다. 집에 머물면서 성경책을 통독하기도 합니다. 미사 강론을 요약해서 이웃들에게 전해주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성당 문이 열렸을 때 가장 먼저 가서 성체조배를 하기도 합니다. 박해시대에 사제 없이 공소예절을 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성체를 모시는 것이 순교의 길이 될 수 있을지라도 성체를 모시던 선조들의 뜨거운 신앙을 배우고자 합니다. 이제 공동체의 미사가 재개되고 우리는 예전처럼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때 나의 모습이 좋은 땅에 떨어진 씨였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이 더 풍성해지고, 영적으로 충만해져서 하느님을 더 깊이 찬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땅이 가물고, 채소가 병이 들면 양수기를 가지고 물을 대기도 하고, 약을 치기도 하고, 우리들의 정성을 다 기울여 농작물을 키우고 많은 소출을 얻도록 노력을 기울입니다. 지금 우리 마음의 밭은 어떤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내 마음에 기도의 거름은 충분히 주고 있는지, 내 마음에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열매는 잘 자라고 있는지, 지금 내 마음에 하느님 은총의 비가 촉촉이 내리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욕심과 이기심의 비가 내리고, 시기와 질투의 바람이 부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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