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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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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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7-03 ㅣ No.139264

산보 가는 길에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손에는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평화적인 시위였고, 경찰들도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차량통행이 원할 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였습니다.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 인권이 보호되는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급한 대로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비는 한동안 내렸지만 우산보다 훨씬 큰 처마는 비를 피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37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보좌 신부님과 주일학교 교사들과 신학생이었던 저는 안면도로 하계 수련회를 갔었습니다. 새벽에 일출을 보고 싶어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마음이 통한 주일학교 교사와 함께 갔습니다. 일출을 보고 오늘 길에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처마 밑에 잠시 비가 멈추길 기다리며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담배를 피울 때라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습니다. 혼자서 소나기를 피하는 것은 지루했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바다를 바라보며 소나기를 피하는 것은 낭만이었습니다.

 

2014416일 제주도로 가는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하느님의 품으로 갔습니다. 가족들의 아픔은 헤아릴 길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죽음을 함께 아파했습니다. 그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광화문에서 유가족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십자가를 들고 전국을 돌던 유가족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세례명은 프란치스코였습니다. 교황님은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세월호의 유가족들을 위로하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였습니다. 매일 미사가 있었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유족들은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어서 고통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2020525일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경찰에 의한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사고로 묻힐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였고, 더 이상 인종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진실을 가릴 수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십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 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그 의미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벌어진 곳은 메우고, 허물어진 곳은 일으켜서 옛날처럼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의가 그분 앞을 걸어가고, 그분이 그 길로 나가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억울한 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것입니다. 새 포도주와 새 부대는 새 하늘과 새 땅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사랑 덩어리입니다. 믿음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움 덩어리입니다.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축복 덩어리입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속에서 편안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10개월이 되면 그 편한 곳에서 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계속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는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탯줄을 끊어야만 스스로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기는 죽음을 체험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 탄생을 축하합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로 들어간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볼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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