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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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이 형들과 식사[31]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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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5-21 ㅣ No.13840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1. 요셉이 형들과 식사

 

드디어 정오 무렵 요셉이 집에 들어온다. 초조하게 그 순간을 기다렸던 형제들인지라, 그들은 그를 보자마자 일어나, 그들이 아버지의 주문대로 가나안에서 가져온 선물용인 토산품을 요셉 앞에 가지런히 내놓고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요셉이 이십 년도 훨씬 더 지난 오래전에 가나안에서 꾼 그 첫 꿈이, 이집트에서 파라오 다음가는 막강한 지위에 있는 재상의 관사에서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때도 야곱의 열한 형제가 요셉한테 절을 하였다. 그 해몽이 이렇게 극적으로 실현될 수가!

 

사실 요셉 이야기에는 쌍으로 세 건의 꿈이 여섯 횟수로 구분된다. 첫 둘이 요셉이 직접 꾼 꿈으로 요셉의 먼 훗날을 미리 보여주는 성경에서는 핵심이 되는 꿈이다. 그 꿈은 이미 소개된 바와 같이 요셉의 형제들이 다 요셉에게 몸을 굽혀 절을 하고, 이어서 부모님을 포함한 전 가족이 그렇게 한다는 거다(37,5-11). 이 두 번의 꿈이 요셉과 그의 가족이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다.

 

이는 일찍이 하느님께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실 때 말씀하신 남의 나라에서 사백 년이나 종살이(15,13)’의 서막이기도 하다. 이 종살이의 시작을 위해서 하느님은 의로운 요셉을 택하셨고 파라오의 두 시종장과 파라오까지 동원하셨다. 다시 말해 두 시종장의 꿈으로 요셉은 파라오를 만나게 되고, 파라오의 꿈으로 의로운 요셉은 파라오의 다음가는 이집트의 재상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결국 요셉이 이집트의 재상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 과정은 두 시종장과 파라오의 꿈 풀이였다. 그러니 그들에게 꿈을 꾸게 한 것도 하느님이셨고 그것을 요셉을 통해 풀이하게 하신 것도 하느님이셨다. 이는 요셉에 직접 꾼 꿈은 그가 이집트의 재상이 되어 형제들보다 먼저 이스라엘로 들어가고, 이어서 야곱 가족의 이집트 이주가 시작되고 거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번성하고 강해져(탈출 1,7.20 참조), 하느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계기가 되게 하셨다.

 

아무튼 요셉은 형제들을 처음 만날 때와는 다소 점잖게 형제들과 인사하고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저번에 처음 형들을 만날 때, 벤야민이 없는 상태에서는 매몰차게 물어본(42,7) 그였다. 그것도 지금은 자기 관사에서다. 형들을 위해 맛있는 고기도 잡고 푸짐한 상도 차린 상태이다. 이렇게 벤야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전에 너희가 말한 늙은 아버지는 잘 계시느냐? 아직도 살아 계시느냐?” 그들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는 잘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면서 무릎을 또 꿇고 절하였다. 그만큼 그들은 여러모로 이집트 재상의 처분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기에 최대한 정성을 다한다.

 

요셉은 눈을 들어 자기 친어머니의 아들, 친동생 벤야민을 보며, “전에 너희가 나에게 말한 막내아우가 이 아이냐?” 하면서, “얘야, 하느님께서 너를 어여삐 여겨 주시기를 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요셉은 자기 아우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 올라 울음이 나오려고 해서,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울었다. 아마도 벤야민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 라헬에 대한 그리움과 어미 없이 자란 동생에 대한 연민이 솟구쳤으리라.

 

그는 얼굴을 씻고 다시 나와서 자신을 억제한 다음, “음식을 차려라.” 하고 명령하였다. 그들은 요셉에게 상을 따로 차려 올리고 그의 형제들에게도 따로 차려 주고 그와 함께 식사하는 이집트인들에게도 따로 상을 차려 주었다. 이집트인들은 히브리인들과 함께 식사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이집트인들에게는 역겨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요셉은 형제들에게는 여전히 이집트 사람이다.

 

그들은 요셉 앞에 맏아들부터 막내아들에 이르기까지 나이 순서로 앉게 되자, 형제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하였다. 사실 이는 요셉의 의도적 배려였을 게다. 그렇지만 형제들은 이를 모르고 이 집 관리자가 어떻게 자기네 나이를 짐작했을까 의아해하면서 무척 당황한다. 요셉이 자기 상에서 각 사람의 몫을 나르게 하는데, 벤야민의 몫이 다른 모든 이들의 몫보다 다섯 배나 많았다. 그들은 요셉과 함께 마시며 즐거워하였다.

 

막내 벤야민이 형들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대접받는다. 이는 막내가 다른 형제들에 비해 특별한 인물로 자리하는데, 이 자리에는 예전에 요셉이 차지했던 자리이다. 그때는 요셉의 형들은 사사건건 요셉에 반목을 가지고 시기하였다. 그 원인 제공은 아버지 야곱의 유독 요셉 사랑의 탓이었다. 그 결과로 요셉은 미디안 상인들에 의해 이곳으로 팔려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전과 달리 형제들은 벤야민을 시기하지 않고 함께 마시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형제간의 우애가 확실히 예전과는 판이하다. 자기가 의도적으로 벤야민을 편애하였지만, 외형적으로는 형들은 이에 아랑곳도 하지 않고 막내 벤야민을 친동생 대하듯 감싸는 것에 흐뭇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요셉은 아직 형들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도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은 관리인에게 전번에는 자루에 돈만 넣도록 하였으나, 이번에는 돈뿐만 아니라 막내의 자루에는 자신의 은잔을 넣으라고 지시한다.

 

저 사람들의 곡식 자루에다 그들이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양식을 채워 주어라. 그리고 각자의 돈을 그들의 곡식 자루 부리에 넣는데, 막내의 곡식 자루 부리에는 곡식 대금으로 가져온 그의 돈과 함께 내 은잔도 함께 넣어라.” 그는 요셉이 분부한 대로 하였다. 이튿날 날이 밝자 그 형제들은 나귀들을 끌고 길을 나섰다. [계속]

 

[참조] : 이어서 '벤야민의 자루에서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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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형제애,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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