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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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식 사러 간 야곱의 아들들[24]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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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5-14 ㅣ No.13825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4. 곡식 사러 간 야곱의 아들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꿈으로 요셉을 결국은 이집트의 재상 자리에까지 오르게 하셨다. 그러니 그들에게 꿈을 꾸게 한 것도 하느님이셨고 그것을 요셉을 통해 풀이하게 하신 것도 하느님이셨다. 다시 말해서 이 꿈 이야기의 핵심은 요셉을 통해서 야곱 가족의 이집트 이주가 시작되고 거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번성하고 강해져(탈출 1,7.20 참조), 하느님의 약속을 성취하는 계기가 되게 하셨다.

 

온 세상에 기근이 한창 심하였을 때, 야곱은 이집트에 곡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는 딸 디나가 히위 족장인 하모르의 아들 스켐한테 겁탈당한 것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는다고 아들들한테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34,31).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자식들한테 되레 불만이다. 먹고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그들의 우유부단함에 안타까움을 가지고는 한마디 주의를 주고자 다들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야곱은 아들들에게 어째서 너희들은 살 궁리는 하지 않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느냐?”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이집트에는 곡식이 있다는구나. 그러니 그곳으로 내려가 곡식을 좀 사 오너라. 그래야 우리가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다.” 그는 아비로서의 책임감을 내세워, 자식들에게 어떻게 하던 이집트로 가서 먹을거리를 장만해오도록 단단히 마음을 다잡을 것을 지시한다.

 

야곱은 아흔 살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가장이고, 그의 장성한 아들들은 다들 어려운 처지를 아는지라 아버지의 결심에 따라 떠날 채비를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야곱의 아들들은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에 어쩌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들도 자기 가정을 가졌기에 그럴 만도 했을 수도. 그러나 아버지 야곱은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식들이 반드시 그곳으로 내려가서, 어떤 수를 쓰더라도 곡식을 구하는 것 외에는 딴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요셉의 형 열 명이 이집트에서 곡식을 사려고 내려갔다. 야곱은 요셉의 아우 벤야민을 그의 형들과는 함께 보내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서 요셉의 형 열 명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의당 야곱의 아들 열 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앞으로 이 그 형들과 요셉 간의 여러 일이 전개되기에 미리부터 이렇게 알리려 함일 것이다.

 

아무튼 야곱은 먼 곳으로 곡식을 구하려 보내는 판에, 될 수 있는 대로 요번에 많이 사 오기 위해서라도 어린 막내만 빼고 채비를 단단히 시켜 다 이집트로 보낸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요셉의 친동생 벤야민은 아예 형들에게 딸려 보내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 라헬의 유일한 혈육인 그 애를, 지난번 요셉처럼 차마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일지도.

 

이렇게 야곱은 여전히 라헬을 기억하는 것 같다. 이전의 요셉마냥 벤야민을 애지중지한다. 반면에 라헬을 뺀 다른 여자들에게서 난 아들들에게는 아직도 야곱의 눈에는 소중한 이가 아닌 듯 그다지 눈에 차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어쩌면 너무 벤야민만 눈에 확 드니까 다른 애들은 좀처럼 눈에 들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지도. 그래서 이런 자식 편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쩌면 야곱은 아직도 다른 자식들한테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을 게다.

 

아무튼 가나안 땅에서도 기근이 심하게 들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아들들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는 이집트로 곡식을 사러 가는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그곳으로 함께 들어갔다. 가나안 땅에 사는 식량난을 겪는 셈족 집단들이 이렇게 이집트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이집트 문헌에서도 여럿 확인된다. 요셉 이야기에서는 야곱의 집안을 구걸하는 집안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렇게 야곱의 아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의 자손들인 요셉의 형들이 단체로 몽땅 이집트로 들어가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 그들의 이집트 이주의 서막을 알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는 가나안 땅에서 이미 그곳 지역민에 동화된 셈족을 제외하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께서는 이들만이라도 이집트로 데려와서는 그들의 우상 숭배 등의 죄의 풍습에 물들지 않게 보존하시려는 것이다.

 

그때 요셉은 그 나라의 통치자인 재상이었다. 그 나라 모든 백성에게 곡식을 파는 이도 그였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집트로 기근을 피하고자 곡식을 사러 오는 이의 관리도 그가 하였다. 아마도 요셉은 외국에서 오는 그 많은 이들 중에 그의 형들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했을 수도. 그래서 그는 친히 딴 나라에서 오는 이들의 일을 자주 챙기고 있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요셉의 형제들이 과거의 불화와 반목을 치유하시려는 계획이 시작되었기에, 의당 요셉이 그렇게 관여하는 것도 당연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요셉의 형들이 줄을 서서 들어와서는 얼굴을 땅에 대고는 요셉에게 큰절을 바친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 형들의 투옥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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