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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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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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4-03 ㅣ No.137281

류시화님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신이 쉼표를 찍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비슷한 의미도 있습니다. ‘인생은 폭풍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제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버지니아, 아그네스, 바실, 밴쿠버한인 공동체에 신문 홍보와 사순특강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신문 홍보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3주간 바쁜 일정이 예상되었지만 다음 기회를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오기로 한 신부님도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기로 했는데 역시 다음으로 미루어졌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기쁨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에는 커다란 폭풍우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고, 사망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피해도 막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런 폭풍우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대구, 경북 지역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많았습니다. 전라남도에서는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 나누어주었습니다. 마스크가 부족한 걸 알고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보내 주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가 있었습니다.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를 감면해 주기도 했고, 면제해 주기도 했습니다.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치권은 추경예산을 의결하였습니다. 유증상자의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방법은 신속했고, 정확했습니다. 한국의 감염병에 대한 대처능력은 국제적인 모범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작년 이맘때입니다. 안식년 중이었던 저는 안식년 중이었던 신부님들과 남미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달라스를 거쳐 페루 리마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페루에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이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달라스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상악화로 출발이 취소되었습니다. 다음 비행기는 3일 후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3일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마침 달라스 한인 성당에 동창신부님이 있었습니다. 동창신부님의 사제관에 머물 수 있었고, 주님 수난 성지주일 미사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기상악화로 여행 일정은 변경되었지만 성지주일 전례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요나가 큰 물고기에 이끌려 니네베로 갔듯이, 주님께서는 안식년 중인 저를 기상악화를 통하여 성당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기상악화는 마침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주님 수난 성지주일 전례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쉼표였습니다.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순시기의 절정인 성주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인공인 드라마의 결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년 반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십자가, 죽음, 부활의 드라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늘 새로운 역할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올해 우리들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요?

 

욕심 때문에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베드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진리를 저버린 빌라도, 무관심으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군중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간 키레네 사람 시몬,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주었던 베로니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주님을 만나 회개하고 낙원에 들어간 죄인일수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때로 힘들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끝까지 참고 하느님께 의지하면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들도 주님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을 보면서 우리들 또한 주님께 위로를 드리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 위로를 드리면서 주님 수난의 길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저지른 모든 배신에서 내가 그들을 구원하여 정결하게 해 주고 나면,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나의 성전이 그들 한가운데에 영원히 있게 되면, 그제야 민족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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