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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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과 기도[22]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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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4-02 ㅣ No.137261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2. 두려움과 기도

 

이처럼 야곱은 형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나름대로 느끼고 있고, 나아가 아직도 형의 노여움의 다 풀리지 않아 예상되는 복수에 대한 두려움도 숨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형의 이해를 구하고자 형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형 에사우와 화해하길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형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그인지라, 이제부터는 형으로부터 나름대로 은혜를 입으려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졸이면서 심부름꾼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심부름꾼들이 돌아와서 야곱에게 말하였다. “나리의 형님 에사우에게 다녀왔습니다. 그분은 장정 사백 명을 거느리고 나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참으로 섬뜩한 분위기의 보고다. 그들은 형의 답변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장정들을 이끌고 달려온단다. 보통 숫자가 아니라 사백이라는 인원은 몇 개 부락을 합친 숫자보다 큰 것 같다. 형은 어릴 적부터 사냥꾼이었다. 그 형이 장정 사백을 거느리고 자신을 만나러 온다니, 야곱은 참으로 두려웠다.

 

그래도 내심 안심은 된다. ‘치러온다는 게 아닌, ‘만나러온다니 그래도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잘만 준비하면 형의 노여움을 풀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정작 형의 속내는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혼비백산할 지경도 된다. 때로는 공포가 다가오고, 가끔은 심기가 풀리기도 한다. 아무튼 야곱은 형이 단지 적대감만을 가지고 자기를 복수하러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리 들지 않는다. 그는 늘 함께 하시겠다는 베텔의 하느님을 언제부터인가 안중에 두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하란에서 몸에 밴 습관이었다. 준비 없이 당하는 경우를 수차 경험한 그였다. 야곱은 걱정 끝에 자신의 일행을 두 패로 나누기로 했다. 얼마 전 만난 천사의 무리들을 보고 스친 두 떼의 마하나임이다. 그 때는 형과 천사들이었지만 이제는 형을 상대로 한 자신을 두 떼로 분리하는 게 최선이라 여겼다. 그래야만 장정들이 무리지어 달려들어 치더라도, 나머지 한 무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곱은 자기 일행과 양과 염소, 소와 낙타들을 두 무리로 반반씩 나누었다. 저 장정들과의 만남에 하느님의 천사가 끼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리하여 야곱은 평소의 습관대로 필요한 최선의 조치는 다했다. 남은 것은 오직 하느님의 자비와 도우심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그는 다급하게 하느님을 찾는다. 라반 외숙을 피해 하란을 떠날 때에도 하느님이 언질이 있었다. “네 조상들의 땅으로, 네 친족에게 돌아가거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31,3) 그 하느님께 기도하면, 꼭 달려올 것 같았다. 그리고 형을 만나 설득해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야곱은 기도하였다. 그가 이런 기도를 한 것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다급하고 애절했다.

 

저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 저의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 ‘너의 고향으로, 너의 친족에게 돌아가거라. 내가 너에게 잘해 주겠다.’ 하고 저에게 약속하신 주님! 당신 종에게 베푸신 그 모든 자애와 신의가 저에게는 과분합니다. 사실 저는 지팡이 하나만 짚고 이 요르단 강을 건넜습니다만, 이제 이렇게 두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제 형의 손에서, 에사우의 손에서 부디 저를 구해 주십시오. 그가 들이닥쳐서 어미 자식 할 것 없이 저희 모두를 치지나 않을까 저는 두렵습니다. 당신께서는 내가 너에게 잘해 주고, 네 후손을 너무 많아 셀 수 없는 바다의 모래처럼 만들어 주겠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구구절절하면서도 전형적인 기도이다. 우리도 이런 기도를 일상에서 드릴 수 있는지! 아무튼 그는 겸손으로 하느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홀몸이 이제는 당신의 과분한 배려에 두 무리가 될 만큼 커졌단다. 그리고 쌍둥이 형인 에사오의 위험에 빠질 것 같으니 두렵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당신이 제게 하신 약속대로 도와달라는 거다. 이것이 자신의 한계라는 거다. 당신의 도움이 없다면 모두가 다 끝장이라는 거다. 그들이 들이닥쳐서 어미 자식 할 것 없이 모두를 치지나 않을까 몹시도 두렵단다.’(호세 10,14)

 

이렇게 야곱은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날 밤을 그곳에서 지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3. 형을 위한 선물‘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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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사우,보복,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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