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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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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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12-15 ㅣ No.134588

생활하면서 비밀번호를 만들게 됩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은행 업무에서도 필요합니다. 회사나, 집으로 들어갈 때도 비밀번호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비밀번호는 기억하지만 어쩌다 사용하는 비밀번호는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참 난감합니다. 분명 내 공간이고, 나의 자리인데 들어갈 수 없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어려운 세대는 난감합니다. 저도 그런 편입니다. 인증번호를 보낸다고 하고, 보안 프로그램을 새로 깔아야 한다고 하고,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하라고 하고, 특수문자를 꼭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남들은 5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 1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도용을 막고, 나의 정보를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비밀번호입니다.

 

1985년의 기억입니다. 저는 신학생이었습니다. 주일학교 여름 행사를 위해서 천마산으로 답사를 하러 갔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비가 내렸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것 같으니 그냥 머물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기려면 짐을 다시 정리해야 하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냥 머물면 편하기는 하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 모든 교사가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머물 것인지, 이동할 것인지 저에게 결정하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산행을 많이 했던 경험이 있어서 제게 결정하도록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제가 신학생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제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머물렀는지, 자리를 옮겼는지 지금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결정을 내렸고, 교사들은 저의 결정을 존중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권한보다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묶인 이를 풀어 주었습니다. 갇힌 이에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굶주린 이들이 배불리 먹도록 하였습니다. 아픈 이를 치유해 주었습니다. 착한 목자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밤을 새운다고 하였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권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말이었습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이 한 일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회칠한 무덤처럼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삶이었습니다. 율법이라는 잣대로 자신들은 지고 가지 않는 짐을 타인에게 지우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욕망과 재물을 채우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을 편협된 교리와 율법의 로 가두었습니다.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들이 내미는 손을 외면하였습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거대한 권력의 비리와 부패를 눈감아 주었고, 오히려 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권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 나라는 비밀번호를 누르면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가는 곳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사람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신앙의 시작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누가 당신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습니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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