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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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신부(숨겨진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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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19-12-09 ㅣ No.134435

 

숨겨진 연민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이곳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 냅니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모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습니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습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 보니 독이 올랐습니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습니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습니다.

할머니가 쫓나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

 그 한 마디에 아저씨는

용산역 앞으로 돌아가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습니다.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15일자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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