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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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나라는 화려하게 오지 않습니다(예수께서 성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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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희 [yesyes] 쪽지 캡슐

2019-10-13 ㅣ No.133168

예수께서 성전으로 들어가신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내가 적어도 얼굴을 아는 매우 많은 제자들과 같이 계신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 뒤에는 마치 자기들도 선생님의 제자로 간주되기를 바라는 듯이 벌써 제자들의 집단에 합쳐진 새 얼굴들이 있다. 

 

안티오키아에서 온 저 약아빠진 그리이스 사람만을 빼고는 모두 모르는 얼굴들이다. 이 사람은 아마 자기와 같이 이방인인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수와 제자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 사람과 그와 더불어 말하는 사람들은 이교도들의 마당에서 걸음을 멈춘다.

 

사람이 꽉 찬 성전에 예수께서 들어가시는 것이 자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다. 벌집을 쑤셔놓은 벌떼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같은 새로운 속삭임이 일어나서 이교도의 행각에서 가르치는 박사들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한다. 그뿐 아니라 수업이 마치 마술에 걸린 듯이 중단되고, 율법학자들의 제자들은 사방으로 달려가 예수의 도착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예수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마당이 있는 제2의 경내로 들어가실 때에는 벌써 바리사이파 사람과 율법학자와 사제 여럿이 모여서 예수를 살핀다. 그러나 예수께서 기도를 드리시는 동안은 예수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까이 오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감시만 할 뿐이다. 예수께서 이교도들의 행각으로 돌아오시니 이교도들이 그를 따른다. 그리고 구경꾼들과 선의를 가지고 따라 오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악의를 가지고 따라 오는 사람의 수도 불어난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하는 속삭임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 간다. 이따금씩 큰 소리로 하는 의견이 들린다.

 

“자 보라구. 오시지 않았나? 저분은 의인이셔. 그러니까 명절을 안 지킬 수가 없었단 말이야.” 또는 “저 사람 뭣하러 왔지? 백성들을 한층 더 타락시키려고?” 또는

“이젠 만족하시오? 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이젠 알지요? 그렇게도 찾더니!”

 

외따로 떨어져 나오다가 제자들이나 그들의 사랑 바로 그것으로 증오심을 품은 원수들을 위협하는 지지자들의 의미있는 시선으로 인하여 목구멍 속에서 약해져서 이내 사라지는 목소리들도 있고, 독을 뿜어내다가 군중이 무서워서 진정되는 빈정거리고 독을 품는 목소리들도 있다. 그 다음에는 선생님을 위하여 뜻있는 발표를 한 다음 군중도 입을 다문다. 유력자들의 보복이 무섭기 때문이다. 상호간의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다만 예수뿐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가고자 하시는 곳을 향하여 천천히 위엄있게 걸어 가시는데, 약간 생각에 잠겨 계시지만, 그래도 당신의 깊은 생각에서 나와, 한 어머니가 내미는 어린 아이를 쓰다듬어 주시고, 인사를 하는 노인에게 미소를 보내시고 강복하실 준비를 갖추고 계신다.

 

이교도들의 행각 안에는 가믈리엘이 한떼의 제자들 가운데에 서있다. 눈부시게 하얗고 매우 넓은 찬란한 옷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데, 그의 옷은 가믈리엘이 있는 곳에 땅에 깔아놓은 짙은 빨간색의 두꺼운 양탄자 위에 부각되어 한참 더 희게 보인다. 가믈리엘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생각하는 것 같고, 옆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그와는 반대로 그의 제자들 가운데에는 가장 큰 호기심으로 인하여 소란이 일어난다. 키가 작은 한 제자는 더 잘 보려고 등받이 없는 걸상 위에 올라가기까지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가믈리엘과 같은 위치에 가셨을 때 라삐는 얼굴을 들고, 사상가의 이마 아래 있는 그윽한 그의 눈이 예수의 평온한 얼굴을 잠시 뚫어지게 본다. 탐색하는 듯한, 괴롭히기도 하고 고민도하는 눈길이다.

 

예수께서 그것을 느끼시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신다. 두개의 반짝임이, 새까만 눈들과 사파이어 빛깔의 눈들이 서로 교차한다. 예수의 눈길은 탐색하도록 내버려두는 솔직하고 부드러운 눈길인데, 가믈리엘의 헤아릴 수 없는 눈길은 진리의 신비를 알고 깨뜨리려고 애쓰지만 - 왜냐하면 그에게는 갈릴래아의 라삐가 하나의 수수께끼이기 때문이다. - 그분의 생각에 대하여 바리사이파 사람답게 새암을 내서, 하느님께 대한 것이 아닌 일체의 탐구에 눈을 감는 시선이다. 잠깐 사이이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앞으로 나아가시고, 라삐 가믈리엘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의 솔직하고 불안스러운 질문이나 다른 사람들의 음험하고 증오를 품은 질문인 “선생님, 저분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 선생님의 판단은 어떠십니까? 저 사람은 누굽니까?” 하는 말에는 일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택하신 자리로 가신다.

 

오! 예수의 발밑에는 양탄자가 없다! 예수께서는 행각 아래 계시지도 않다. 행각 저 안쪽 가장 높은 계단의 단 위에 서시어 그저 기둥에만 기대어 계신다. 가장 보잘것 없는 자리이다. 그 주위를 빙 둘러싸고 사도들과 제자들과 지지자들과 구경꾼들이 있다. 좀 더 떨어져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사제들과 교사들이 있다. 가믈리엘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

 

예수께서는 벌써 수없이 전도하신 하느님의 나라가 왔다는 것과 그 나라를 준비하라는 설교를 시작하신다. 그런데 나는 예수께서 거의 같은 장소에서 2년 전에 설명하신 것과 같은 사상을 더 힘있게 되풀이해 말씀하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다니엘의 예언과 예언자들이 예언한 예고자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동방 박사들의 별과 죄없는 어린 아이들의 학살을 상기시키신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세상에 왔다는 표들을 보여 주기로 되어 있는 이 서두 다음에는 당신이 오셨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마치 전에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내림을 동반한 다른 표들과 같이 가르치는 그리스도를 동반하는 지금의 표들을 증거로 드신다. 즉 당신을 따라 다니는 반대, 예고자의 죽음, 끊임없이 일어나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상기시키신다.

 

예수께서는 절대로 반대자들을 공격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보지도 못하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믿음을 굳게 하시려고 말씀하시고, 그들의 잘못 없이 밤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비추어 주기 위하여 말씀하신다…. 어떤 기분 나쁜 목소리가 군중의 끝부분에서 나온다.

 

“선생의 기적들이 안식일에 오면, 어떻게 하느님께서 선생의 기적 속에 계실 수 있습니까? 바로 어제 선생은 벳바게에 가는 길에서 문둥병자 한 사람을 고쳤습니다.”

 

예수께서는 방해하는 사람을 바라보시고 대답은 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계속하여 사람들을 억압하는 힘에서의 해방과 영원하고 패배를 모르고 영광스럽고 완전한 그리스도의 나라의 설립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그런데 그것이 언젭니까?” 하고 한 율법학자가 빈정거리며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선생이 왕이 되고자 한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선생같은 왕은 이스라엘의 파멸일 것입니다. 선생의 왕권이 어디 있습니까? 선생의 군대와 재물과 동맹관계가 어디 있습니까? 선생은 미치광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많은 사람이 업신여기는 웃음을 웃으며 머리를 내 젓는다.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이 말한다.

“그렇게 하지 마시오. 그렇게 하면 저 사람이 말하는 나라가 어떤 것인지, 그 나라에 어떤 법률들이 있을 것인지, 그 나라가 어떻게 생겼을 것인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혹 옛날 이스라엘 왕국이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처럼 대번에 완전하게 됐습니까? 완전한 왕의 왕으로서의 광휘가 오기 전에 얼마나 많은 불안정과 어두운 시기가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까? 첫번째 왕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왕에게 기름을 부어야 할 하느님의 사람을 양성해야 했고, 따라서 엘카나의 안나의 수태불능을 없애야 하고, 안나에게 아들을 바칠 생각을 가지게 해야 했습니다. 안나의 찬미의 노래를 묵상하시오.

 

‘주님 같이 거룩한 사람은 아무도 없네…. 호언장담으로 교만한 말을 늘리지 말아라…. 죽게 하고 살리시는 것은 주님이시네… 주님은 가난한 사람을 일으키시네…. 주님은 성인들의 걸음을 확실하게 하시고, 불경건한 자들은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니, 사람이 강한 것은 제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힘으로 그렇게 되기 때문일세.’ 

'오! 기억하시오! 주님은 땅의 극변(極邊)을 심판하시고, 당신 왕에게 권세를 주실 것이고, 당신의 그리스도의 능력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예언의 그리스도는 혹 다윗에게서 오기로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사무엘의 출생에서부터 모든 준비가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한 준비가 아니었습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베들레헴에서 났으니, 혹 다윗의 후손이 아니십니까?” 하고 그는 마침내 예수께 직접 묻는다.

 

당신이 바로 말했습니다하고 예수께서는 짤막하게 대답하신다.

 

“오! 그러면 우리의 이해력을 만족시켜 주십시오. 선생님은 침묵이 마음 속에 의심의 망상을 조장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아시지요.”

 

“의심의 망상이 아니라, 교만의 망상입니다. 이것이 한층 더 중대합니다.”

 

“뭐라구요? 교만한 것이 선생님을 의심하는 것보다 더 중대하다구요?”

 

“그렇습니다. 교만은 지능의 음란이고이것은 루치펠 자신의 죄이므로 가장 큰 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많은 것을 용서하시고, 하느님의 빛은 무지를 비추고 의심을 흩뜨리기 위하여 사랑으로 빛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자기가 당신보다 더 위대하다고 말하면서 당신을 비웃는 교만은 용서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중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하느님이 우리보다 더 못하시다고? 우리는 하느님을 모독하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사람이 외친다.

 

당신들이 입술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위로는 그렇게 단언합니다. 당신들은 하느님께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가 갈릴래아 사람, 서민일 수는 없습니다. 저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하고. 하느님께 불가능한 것이 무엇입니까?”

 

예수의 목소리는 천둥소리 같다. 처음에 예수께서 거지처럼 기둥에 기대 계실 때에는 그분의 모습이 매우 보잘 것 없었지만 지금은 몸을 일으키시고, 기둥에서 떨어지시며, 머리를 위엄있게 똑바로 드시고, 빛나는 눈으로 군중을 쏘아보신다. 예수께서는 아직 계단 위에 계신다. 그러나 그 태도가 어떻게나 당당한지 옥좌 위에 계신 것과 같다. 사람들은 무서워서 뒷걸음질 하고, 아무도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의 영혼도 그럴 것이 틀림없는 무뚝뚝한 모습의 주름투성이의 작은 교사가 질문을 하는데, 질문에 앞서 목이 쉰 억지 웃음을 웃는다.

 

“음란은 두 사람이 있을 때 행해집니다. 지능은 누구와 음란을 행합니까? 지능은 육체가 아닌데요. 그런데 어떻게 음란으로 죄를 지을 수 있습니까? 지능은 무형의 것인데, 죄를 짓기 위해 무엇과 결합합니까?” 그러면서 그의 말을 끌면서 계속 웃는다.

 

“누구와 결합하느냐구요? 사탄과 결합합니다교만한 자의 지능은 하느님과의 사랑을 거스려 사탄과 함께 간음죄를 짓습니다.”

 

“그럼 루치펠은 아직 사탄이 없었는데, 누구와 간음죄를 지어서 사탄이 되었습니까?”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지적이고 무질서한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율법교사 양반, 음란이란 무엇입니까?”

 

그야… 나는 그 말을 선생에게 했습니다! 그래 음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그것을 체험했습니다.”

 

“선생은 악의 삼중의 결과인 이 보편적인 죄의 성질을 알지 못하니 지혜로운 교사가 아닙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사랑의 세 가지 형태이심과 같이 말입니다. 율법교사 양반, 음란은 무질서입니다. 자기의 욕심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것을 만족시키기를 원하는 자유롭고 의식적인 지능에 유도된 무질서입니다. 음란은 자연법칙을 거스르고 정의를 거스르고 하느님과 자기 자신과 우리 형제들에 대한 사랑을 거스르는 무질서와 폭력입니다. 어떤 음란이든지 다 그렇습니다.

 

육체의 음란도 그렇고, 세상의 재물과 권력을 노리는 음란도 그렇고, 그리스도가 그의 사명을 완수하는 것을 막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음란도 그렇습니다. 내가 사명을 완수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할까봐 벌벌 떠는 터무니없는 야망으로 음모를 꾸미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중얼거림이 군중 가운데로 퍼져 나간다. 양탄자 위에 혼자 남아 있는 가믈리엘은 머리를 들고 예수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나 언제 하느님의 나라가 올 것입니까? 거기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조금 전의 바리사이파 사람이 공격을 되풀이한다.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이 그에게 준비하는 옥좌에, 어떤 옥좌보다도 더 높고, 이 성전 자체보다도 더 높은 옥좌에 있을 때입니다.”

 

“호화로운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어디서 그것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까? 로마가 이스라엘이 일어나게 내버려 둔다는 것이 사실일수 있습니까? 도대체 수리들이(로마의 군기에 수리 모양을 만들어 놓았던 것을 말하는 듯) 눈이 멀어서 무엇이 준비되고 있는지 보지 못한단 말입니까?”

 

“하느님의 나라는 화려하게 오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눈만이 그것이 형성되는 것을 보십니다. 하느님의 눈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읽으시니까요. 그러므로  ‘ 바타네아에서 함께 음모를 꾀한다. 엔갓디 광야의 동굴들에서 함께 음모를 꾸민다. 해변에서 함께 음모를 꾀한다’ 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시오. 하느님의 나라는 당신들 안에 있고, 당신들의 마음 속에하늘에서 온 율법을 참 고향의 율법으로, 그것을 실천함으로 나라의 시민이 되는 율법으로 받아들이는 여러분의 정신 안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내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가기로 되어 있던 마음의 길을 준비하기 위하여 요한이 나보다 먼저 왔습니다. 회개로 일이 준비되고, 사랑으로 나라가 세워지고, 사람들에게 하늘나라를 금하는 죄의 속박이 무너질 것입니다.”

 

“아니, 이 사람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이 사람이 장색이라고 말합니까?”

하고 주의깊게 듣고 있던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말한다. 그들의 옷으로 보아 유다인들이고, 또 아마도 예수의 원수들에게 교사(敎唆)된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고, 교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아니, 당신들은 우리에게 어떤 암시를 주었소? 이 사람이 백성을 선동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소?”

 

또 다른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의아하게 생각하오. 그래서 당신들에게 이걸 묻겠소. 만일 당신들 중의 아무도 이 사람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소? 이 사람이 선생하고 공부한 일이 없다면, 그것을 어디서 배웠단 말이요?”

 

그리고 예수께 이렇게 묻는다.

“말씀해 주십시오.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이 교리를 어디서 발견하셨습니까?”

 

예수께서는 영감을 받은 얼굴을 드시고 말씀하신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이 가르침은 내 가르침이 아니라, 나를 여러분 가운데로 보내신 분의 가르침입니다. 나 진정으로 진정으로 말합니다마는, 어떤 선생도 이것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것을 지금 저술되는 어떤 책에서도, 어떤 두루마리나 어떤 기념 건조물에서도 찾아내지 않았습니다.


정말 잘 들어 두시오. 나는 살아 계신 분께서 내 영에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이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하늘에서 온 말씀을 하느님의 백성에게 줄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때 내 말을 듣고도 부드러워지지 않는 돌들은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느낀 공포보다도 더 큰 공포를 느낄 것이고, 두려움 가운데에서 축복하거나 저주하는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로 내 가르침의 말들이 돌에 새겨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표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때에는 내 가르침을 받아들일 사람들에게는 빛이 남아 있을 것이고, 당신의 나라를 세우라고 나를 보내신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그 때에도 깨닫지 못할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어두움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창조의 시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빛이 생겨라.’ 그러자 혼돈가운데 빛이 생겨났습니다.

 

내 생애의 시초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어라’ 착한 뜻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은 내 가르침이 나 자신에게서 오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나를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혹 내가 내 영광을 찾습니까? 혹 내가 은총의 율법과 용서의 시대의 창시자라고 말합니까? 아닙니다. 나는 내 것이 아닌 영광은 취하지 않고, 모든 좋은 것의 창시자이신 하느님의 영광에 영광을 바칩니다.

 

내 영광은 아버지께서 내가 하기를 원하시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영광을 추구합니다그러나 사람들의 영광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그것을 물리치면서 ‘이것은 내가 만들어낸 내 말이 아니라, 내가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것과 같이 아버지의 뜻에서 나온 것이다’하고 말하면, 그는 진리를 말하는 것이고, 그에게는 부정이 없습니다. 그는 자기의 것이 아닌 것을 아무 것도 자기가 가지지 않고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있는 것은 아버지께서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잠깐 말씀을 멈추신다. 눈을 군중에게로 돌리시고, 양심을 조사하시고, 읽고, 헤아리신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신다.

 

“여러분은 잠자코 있군요반은 감탄하면서, 반은 어떻게 해야 내 입을 막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십계명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누가 그것들을 여러분에게 주었습니까?”

 

“모세요!” 하고 군중이 외친다.

 

“아닙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십니다. 그분의 종인 모세가 그것을 여러분에게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문례(文例)는 가지고 있으면서도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여러분은 아마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우리는 보지 못했고, 히브리인들도 시나이산 밑에서 보지 못했다’.

 

오! 여러분에게는 하느님께서 모세가 있는 앞에서 벼락과 천둥을 던지시는 동안 산에 불을 놓은 벼락조차도 하느님께서 현존하셨다는 것을 믿는데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구원과 단죄(斷罪)의 영원한 계약을 쓰시기 위하여 여러분 위에 계시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믿게 하는 데에는 벼락과 지진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무시무시한 새로운 공현(公現)이, 그것도 오래지 않아 이 담장 안에 나타나는 것을 볼 것입니다. 빛의 나라가 시작되고, 지성소(至聖所)가 3중의 휘장 속에 감추어져 있지 않고 세상이 보는 앞에서 높이 들리겠기 때문에 신성한 숨는 곳이 어두움 속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여러분에게는 믿기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정의의 벼락이 여러분의 육체에 흔적을 남기기를 원합니까? 그러나 그 때에는 정의가 진정되고, 사랑의 벼락이 내려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여러분의 마음에, 여러분의 모든 마음에 진리를 쓰지 못할 것이고, 뉘우침을, 또 그 다음에는 사랑을 일으키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가믈리엘의 얼굴이 긴장하였고, 그의 눈은 예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나 모세는 사람들 중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압니다. 그의 시대의 편년사가(編年史家)들이 그에 대한 기술(記述)을 여러분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모세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누구에게서 어떻게 율법을 받았는지를 아는 여러분이 혹 그 율법을 지킵니까? 아닙니다. 여러분 중의 아무도 지키지 않습니다.”

 

항의하는 외침이 군중에게서 일어난다. 예수께서는 조용하라고 명하신다.

 

“여러분은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까? 여러분이 율법을 지킨다고? 그러면 왜 나를 죽이려고 합니까? 다섯째 계명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금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나를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러분은 내가 사람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합니까?”

 

“아니 선생은 미쳤군요! 마귀들렸군요! 마귀가 선생 안에서 말하고, 선생에게 헛소리를 하게하고, 거짓말을 하게 합니다! 우리 중의 아무도 선생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선생을 죽일 생각을 합니까?” 하고 바로 그렇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누가? 당신들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그렇게 하려고 구실을 찾습니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잘못들을 내게 비난합니다. 이것이 첫 번이 아니지만, 당신들은 안식일 동안에 사람들을 고쳐 주었다고 나를 비난합니다. 그래 모세는 쓰러진 나귀와 소가 당신의 형제의 재산이기 때문에 그것을 불쌍히 여긴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되찾은 건강이 육체의 이익이 되고, 또 하느님의 인자 때문에 하느님을 찬미하고 사랑하는 정신적인 방법이 되는 형제의 병든 몸을 내가 동정하지 않아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모세가 이미 성조들에게서 그것을 받았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준 할례를 당신들은 혹 안식일 동안에도 행하지 않습니까? 안식일 동안에 한 남자에게 할례를 행하는 것은 할례가 한 남자 아이를 율법의 아들이 되게 하는데 소용되기 때문에 안식일에 관한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 아닌데, 어째서 내가 어떤 사람의 육체와 정신 전체를 안식일 동안에 고쳐서 하느님의 아들을 만들었다고 해서 분개합니까?

겉보기와 글자에 따라서 판단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당신들의 정신으로 내리시오. 글자와 문례와 겉보기는 죽은 물건과 그림이지 참 생명이 아닌데, 말과 겉보기의 정신이야말로 실제적인 생명이고 영원한 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이런 것들을 이해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겠습니다.”

 

 그러시면서 모든 사람에게 등을 돌리시고 출입구 쪽을 향하여 가시는데, 사도들과 제자들이 뒤따르고 에워싼다. 이들은 선생님 때문에 슬퍼하고, 선생님의 원수들을 몹시 경멸한다. 예수께서는 창백한 얼굴로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슬퍼들 하지 말아라. 너희들은 내 친구이다. 그리고 내 때가 끝나게 되어가니, 너희들이 내 친구인 것이 잘하는 일이다. 너희들이 사람의 아들의 이 날들 중의 하나를 보기를 갈망할 날이 오래지 않아 올 것이다. 

그러나 보지 못할 것이다. 그 때에는 ‘우리는 선생님이 우리 가운데 계신 동안 선생님을 사랑했고 선생님께 충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로가 될 것이다. 저들은 너희를 조롱하려고 또 너희들을 미친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고 ‘그리스도가 돌아왔다. 여기 있다! 저기 있다!’하고 말할 것이다. 저들의 말을 믿지 말아라. 가지도 말고 저 빈정거리기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 가지도 말아라. 사람의 아들은 가고 난 다음에는 그의 날이 되어야만 돌아올 것이다. 그의 나타남은 하늘 이쪽에서 저쪽으로 너무나 빨리 번쩍이며 지나가서 눈이 지켜보기가 어려울 정도인 번개와 같을 것이다.

 

너희들은, 그리고 너희들뿐 아니라 어떤 사람도 지금까지 있었고, 현재에 있고, 장래에 있을 모든 사람을 모으려고 내가 마지막으로 나타날 때에 나를 따라 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오기 전에 사람의 아들은 많은 고통을, 모든 고통, 인류의 모든 고통을 당해야하고, 게다가 이 세대에게 부인(否認)을 당해야 한다.”

 

“아니. 그럼 주님은 이 세대가 주님께 가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당하실 거란 말씀이군요.”

하고 목자 마티아가 지적한다.

 

“아니다. 나는 ‘인류의 모든 고통’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이 세대 전에도 있었고, 이 세대 후에도 세세대대로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죄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은 구속자가 되기 전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죄의 모든 고통을 정신으로 맛볼 것이다. 그리고 또 그의 영광도 인류가 자기의 사랑을 짓밟는 것을 보고 사랑의 정신으로 또 고통을 당할 것이다. 너희들이 지금도 알아듣지 못한다…. 이제는 저 집으로 가자. 저 집은 나와 친한 집이다.”

 

그러면서 문을 두드리시니, 문이 열리며 예수를 들어가시게 하는데, 문지기는 예수의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에 대하여 놀라움을 표시하지 않는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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