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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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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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9-21 ㅣ No.132657

미주 가톨릭 평화신문의 담당 회계사와 만났습니다. 재정 상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영리 단체이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이 있고, 신문사를 운영해야 하기에 재정 관리를 해야 합니다. 주된 수입은 구독료, 광고료, 찬조금입니다. 주된 지출은 급여, 신문 제작비, 사무실 운영비, 잡비입니다. 전임 신부님들이 운영을 잘하여서 적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단순히 신문을 제작하고, 발송하는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자동차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건 차에 기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이 제작되고, 발송될 수 있는 건 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주 가톨릭 평화신문이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학생 때, 재정과 관련된 일을 하였습니다. 학교 판매부에서 봉사자를 뽑는다고 해서 자원했습니다. 신학교에 학생 자치 신협이 있었고, 신학교에서는 신협의 학생들이 매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매점을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매점의 운영시간은 저녁 먹고 묵주기도 시간까지 대략 30분이었습니다. 판매 물품은 음료수, 담배, 과자, 학용품이었습니다. 방학 때는 과자는 식당과 빨래를 담당하시는 자매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3년 동안 매점 운영을 했고, 기억나는 물품은 당시에 등장한 불티나라는 라이터와 직접 제작한 학교 편지지와 노트였습니다. 매점 열쇠를 가지고 있었기에 선배 신학생들이 가끔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물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매일 외출할 수 있는 특권도 있었습니다. 판매부 열쇠가 있는 곳에 신학생이 많이 모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고,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신학교 매점 운영은 어렵지 않았는데 제게 더 큰 재정 문제가 있었습니다. 1997IMF는 저와 가족에게도 큰 파도로 다가왔습니다. 형님의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고, 제가 부모님을 모셔야 했습니다. 교구 신협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당시 대출이자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습니다. 동창 신부들의 도움으로 대출금을 갚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부모님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기회와 능력을 주셔서 강의를 많이 하였습니다. 강사료는 부모님의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불러주시고 강의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14년부터 교구 신협의 일을 도와서 함께했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교구 신협 이사장이 되었고, 제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교구 신협의 일은 30년 전 신학교 신협의 일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조합원의 수가 많았고, 자산의 규모가 달랐습니다. 본당 신축이 있으면 대출에 대해 심사를 했습니다. 교직원 자녀들의 학자금 대출도 승인했습니다. 주택 자금 대출에 대한 심사도 있었고, 신부님들의 대출에 대한 심사도 있었습니다. 돈은 마치 공기와 같았습니다. 사람은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돈이 필요했고, 돈이 있어야 했습니다. 돈 때문에 울기도 했고, 돈 때문에 웃는 세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재물에 관해 이야기하십니다. 재물은 감정이 없습니다. 재물은 발이 없습니다. 재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재물은 하늘은 나는 연과 같습니다. 연은 연을 날리는 사람의 손에 의지하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손이 왼쪽으로 움직이면 연은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사람의 손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연은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연의 줄이 끊어지면 연이 땅에 떨어지듯이 사람이 재물에 마음을 내려놓으면 재물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재물을 땅에 쌓으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친구와의 우정을 잃어버립니다. 가족과도 담을 쌓게 됩니다. 함께 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가난한 이를 더욱 가난하게 만듭니다. 불의를 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을 가지고 싸우고, 돈이 헤어짐의 이유가 되고, 돈이 하느님과 멀어지는 이유가 됩니다. 재물을 하늘에 쌓으려는 사람은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장학 재단은 힘들고 어려운 학생에게는 희망의 빛이 됩니다. 선교지에 보내지는 돈은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난민에게 지원되는 돈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줍니다. 가난한 이에게 전해지는 돈은 사랑의 열매를 맺습니다.

 

세속의 욕망을 위해서 쓰이는 재물은 심한 악취가 날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쓰이는 재물은 아름다운 향기가 날 겁니다. 지금 우리의 지갑에는 어떤 향내가 날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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