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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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 현양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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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9-13 ㅣ No.132502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며느리의 말을 듣고 성당을 찾았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나 성당에 안 나가련다. 법당의 부처님은 얼마나 복스럽게 생기셨냐. 갔다 오면 복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런데 성당의 예수님은 삐쩍 말라서, 십자가에 매달려있으니 보기에도 안쓰럽다. 다른 것은 다 으리으리한데 어째 예수님만 저렇게 모셔 놓았다는 말이냐.” 며느리가 할머니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설명하시겠는지요?

 

스승이 네 명의 제자에게 함부로 판단하거나,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습니다. 제자들에게 여행을 가서 배나무를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겨울에 다녀온 제자는 배나무가 삐쩍 마르고 볼품이 없다고 했습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게 곧 죽을 것 같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봄에 다녀온 제자는 배나무에 생명이 숨 쉬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에는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고, 봄 햇살에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여름에 다녀온 제자는 하얗게 꽃이 핀 배나무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벌과 나비가 함께 어울리는 배나무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가을에 다녀온 제자는 주렁주렁 열매가 달린 배나무를 보았습니다. 비와 햇빛이 있었을 뿐인데 배나무는 그걸 먹음직스러운 배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작은 배나무 하나를 아는 데도 사계절이 필요하단다. 그러니 사람을 제대로 알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의 배나무는 추위와 눈보라를 이겨내야 했다. 그러기에 잎을 떨구어 내야 한 것이다. 봄의 배나무는 긴 겨울을 참고 견디어준 뿌리에서 양분을 얻어 새싹을 내는 것이다. 여름의 배나무는 봄의 햇빛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을의 풍성한 열매는 여름에 피어난 꽃이 떨어진 자리에 생기는 것이다.” 저도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한 적이 많습니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미리 단정한 적이 많습니다.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은 아예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십자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십자가의 수직면은 하느님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의 수평면은 사람과 사람의 일치를 의미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사람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면서 주님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나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의 이웃들이 참된 위로와 영적인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알렐루야는 이렇게 찬양합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우리 신앙인에게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하는 표징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셨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께서 지고 가셨던 십자가를 지고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우리에게도 부활의 기쁨과 영광이 주어지리라 믿는 것입니다.

 

저 자신에게 십자가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쉼표라고 생각합니다. 마침표라고 생각하면 힘들지만, 쉼표라고 생각하면 더 높이 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십자가도 몇 번 있었습니다. 유행성 출혈열로 중환자실에 간 적도 있습니다. 오해로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습니다. 저의 게으름과 타성 때문에 큰일을 그르친 적도 있습니다. 머나먼 미국에 와서 신문을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익숙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습니다. 십자가는 언제나 쉼표였습니다. 먹구름이 지나면 태양은 언제나 나를 비추고 있음을 압니다. 여러분에게 십자가는 어떤 의미인지요?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가 있다면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가볍게 만들기보다는 그 십자가를 지고 갈 힘과 용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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