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지치신 예수께서 베다니아, 라자로의 집으로가신다

스크랩 인쇄

박현희 [yesyes] 쪽지 캡슐

2019-05-28 ㅣ No.130035

 

 

예수께서 베다니아에 이르실 때에는 황혼이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땀을 줄줄 흘리고 먼지 투성이가 된 제자들이 예수를 따라간다. 

그리고 올리브산에서 베다니아의 언덕까지 계속되는 나무들이 그늘을 별로 주지 않는 길에서 맹렬한 더위를 무릎쓰는 것은 오직 예수와 사도들 뿐이다. 여름이 맹위를 떨친다. 그러나 증오는 한층 더 맹렬한 기세로 타오른다. 밭들은 곡식이 거두어져서 헐벗었고 타고 있어서, 뜨거운 불기운을 내뿜는 큰 화덕과 같다. 그러나 예수의 원수들의 마음은 더 헐벗었는데 사랑만 없는 것이 아니라 성실성도, 인간적인 윤리적 판단력 조차도 없고 증오로 타오르고 있다..... 예수께는 베다니아라는 한 집, 한 피난처 밖에 없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고, 고민하는 얼굴로 원수들이 뒤에서 몰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는 사람과 같은 피로한 걸음으로 매 시간, 매 걸음이 가까워지게 하고 또 하느님께 순종하시기 위하여 이미 받아들이는 죽음을 벌써부터 바라보는 사람의 체념한 눈길로 그리로 향하여 가신다...

 

넓은 정원 가운데 있는 집은 문이 전부 닫혀있고, 조용히 더 서늘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은 비었고 조용하며 태양만이 거기에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토마가 바리톤 목소리로 부른다. 커튼 하나가 움직이고 한 얼굴이 내다본다....그리고는 "선생님이시다" 하는 외침이  들리고, 하인들이 밖으로 달려 나오고 놀란 여주인들이 그들을 따라 나온다. 그들은 분명히 이렇게 몹시 더운 시간에 예수께서 오실 줄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선생님! "" 주님 " 마르타와 마리아는 벌써 몸을 구부리고 땅에 엎드릴 자세를 취하며 멀리서 외친다. 그리고 대문이 열리자마자 땅에 엎드린다. 예수께서는 이제 바로 그들 가까이에 오셨다.

 

"마르타, 마리아 너희집에 평화!"

 

"선생님께, 주님께 평화...그러나 어떻게! 이런 시간에?"

하고 두 자매가 예수께서 더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하인들을 보내면서 여쭙는다.

 

"미움이 없는 곳에서 육체와 영을 쉬게 하려고..." 하고 "나를 받아주겠느냐? " 하고 말씀하시려는 것처럼 두 손을 내미시면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려고 해보신다.그러나 그것은 고통스러운 눈길이 부인하는 몹시 서글픈 미소이다.

 

"저들이 선생님께 해를 입혔습니까?" 하고 마리아가 흥분하며 묻는다.

 

"선생님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고 마르타가 물으며 어머니답게 덧붙인다.

 

"이리 오십시오. 드실걸 드리겠습니다. 언제부터 걸으셨기에 그렇게 피로하십니까?"

 

새벽부터...그리고 계속해서 걸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고회의 위원 엘키아의 집에 잠깐 머무른 것은 먼길을 걸은 것보다 더 나빴으니까..."

 

"그들이 선생님을 괴롭혔습니까?..."

 

"그렇다...그리고 우선 성전에서 그랬다...."

 

"그렇지만 왜 그 교활한 자의 집에 가셨습니까? " 하고 마리아가 묻는다.

 

"그의 집에 가지 않는 사실은 그의 증오를 정당화하는데 소용돼서, 내가 최고회의 위원들을 업신여겼다고 비난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그 집에 가거나 가지 않거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증오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시적인 중단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런 상항에 이르렀습니까? 저희와 같이 계십시오. 여기서는 그들이 선생님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내 사명을 소홀히 하는 것이 될 것이다....많은 영혼이 그들의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가야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생님이 가시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들은 내 걸음 하나하나를 조사하기 위해 나를 걷게 하고,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탐색하기 위해서 내게 말을 하게 하고, 잘못으로 보일 수 있을 무엇인가를 ...얻기 위하여 먹이를 따라 다니는 사냥개처럼 나를 감시하면서 나를 박해할 것이다....그리고 모든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몹시 조심성 있는 마르타가 너무나 연민을 느껴 야윈 뺨을 쓰다듬으려는 것처럼 손을 들다가 얼굴을 붉히고 멈칫하며 말한다.

 

"용서하세요! 선생님은 오빠와 같이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주님, 선생님을 고통 당하는 오빠처럼 사랑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나도 고통받은 형제이다...나를 자매와 같은 순수한 사랑으로 사랑하여라...그런데 라자로는 무엇을 하느냐?"

 

"주님, 오빠는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 하고 마리아가 대답하고, 그렇게 괴로워하시는 선생님을 뵙는 고통에 합쳐지는 이 고백과 더불어 눈에 잔뜩 괴어 있는 눈물을 펑펑 쏟는다.

 

"오빠 때문에도 울지 말고, 나 때문에도 울지 말아라. 마리아야,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채우고 있다. 이 뜻을 채울 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서 울어야 한다."

 

마리아는 몸을 숙여 예수의 손을 잡고 손가락 끝에 입맞춤 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집에 이르러서 안으로 들어가 즉시 라자로에게로 간다. 그동안 사도들은 하인들이 가져온 것으로 목을 추기면서 쉰다. 예수께서는 수척한, 점점 더 수척한 라자로에게 몸을 굽히시고 친구의 슬픔을 달래려고 미소를 지으시며 껴안으신다.

 

"선생님, 저를 정말 끔찍히 사랑시는군요! 저녁 때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이 더위에 저를 보러 오셨으니.,..."

 

"여보! 나는 당신을 보면 기쁘고, 당신은 나를 보면 기쁘고,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오."

 

"맞습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제 고통조차도 제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이제는 제가 왜 고통을 당하는지, 제 고통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압니다"

 

그러면서 라자로는 친밀하고 활발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우리 오빠는 병을 거의 기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

 

흐느낌에 마르타의 목소리가 막혀 입을 다문다.

 

"그렇구말구. 그리고 죽음을 이기라고 솔직히 말해라. 선생님, 제 동생들에게 레위파의 성직자들이 사제들 곁에서 하는 것처럼 저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십시오."

 

"무엇을 도우라고 말이오?"

 

"희생을 완전히 드리도록..."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빠는 죽음을 생각하고 떨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빠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는 오빠가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어요? 오빠는 선생님께 봉사하기를 원치 않으세요?..."  하고 마리아가 더 힘주어서 그러나 슬픔으로 얼굴이 창백해져서 말한다. 그리고 오빠의 누르스름한 손을 어루만진다.

 

"그런데 그걸 네가 물어보니? 열렬하고 용맹한 바로 네가? 나는 네 오빠가 아니니? 나는 같은 피를 가지고 네가 가진 것과 같은 사랑, 예수님, 영혼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인 너희를? ...그러나 과월절부터 내 영혼은 위대한 말씀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사랑한다. 주님, 저는 죽음을 바로 주님의 의향을 위해 주님께 바칩니다"

 

'그러면 당신은 이제는 병을 고쳐달라고 내게 청하지 않소?"

 

"예, 선생님, 저는 고통을 당하고 또 ...죽을 줄을...그리고 만일 이것이 너무 많이 청하는 것이 아니라면, 구속을 할 줄알게 강복을 주시기를 청합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이 말을 하셨습니다...."

 

"내가 그 말을 했소. 그리고 당신에게 모든 힘을 주기 위해서 강복하오"

 

그러면서 그에게 손을 얹으시고 나서 껴안으신다.

 

"선생님 저희와 함께 계시면서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라자로, 지금은 안 되오. 머무르지 않소. 몇 시간만 지내려고 왔소. 밤에 떠나겠소."

 

"아니 왜요? "하고 세사람이 실망해서 묻는다.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러오...가을에 다시 오겠소...그리고 그때에는...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여기와....이 근방에서 많이 활동하겠소..."

 

슬픈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마르타가 청한다.

 

"그러면 쉬기라도 하셔서 기운을 차리도록 하십시오..."

 

"너희들의 사랑만큼 내 기운을 더 돋우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사도들을 쉬게 하여라. 그리고 나는 너희들과 여기 이렇게 조용히 있게 해다오...."

 

마르타는 울면서 나갔다가 찬 양젖 잔들과 새로 과일들을 가지고 돌아온다.

 

"사도들은 벌써 먹었습니다. 그리고 피곤해서 자고 있습니다. 선생님, 정말 쉬지 않으시겠습니까?"

 

"마르타야, 자주 청하지 말아라. 아직 새벽이 되기 전에 그들은 나를 찾아 여기에, 게쎄마니에, 요한나의 집에, 나를 환대하는 집에는 어디든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새벽에는 벌써 멀리 가 있을 것이다"

 

"선생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라자로가 묻는다.

 

"예리고 쪽으로 그러나 보통길로 가지 않겠소....데쿠아 쪽으로 돌아서 예리고 쪽으로 다시 오겠소."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49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