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에 관한 국제포럼: IMF, 인권과 교회 1998년 8월 24일 ~ 29일 한국, 서울 최종 선언문 정의와 연대: 경제정의를 위한 아시아 그리스도인의 요청 "예수께서 군중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마르 6,34) 서문 1. "아시아 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에 관한 국제포럼: IMF, 인권과 교회"에 참석한 100여 명 이상의 우리 참석자들은 1998년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한국 서울의 서강대학교(예수회) 와 성 프란치스코 가톨릭 국제성당에서 회의를 가졌다. 2. 1997년 7월의 태국 바트화 붕괴 이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급속히 파급되면서 광범위한 도산과 실업, 빈곤을 야기한 아시아 경제 위기를 성찰하기 위해 마련된 이 포럼은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Pax Romana ICMICA)과 한국의 우리신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하 고, 한국의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 공동체, 천주교 인권위원회,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가 후원하였다. 3. 우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들(특히 경제위기를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태국, 한국 및 인도네시아)의 평신도, 수도자, 신부 및 주교들로서, 교회의 구성원들이자 비정부 기구(NGOs) 및 여타 시민사회 조직의 대표들로서 이 포럼에 참석하였고, 유럽과 아메리카 (미국, 멕시코)에서 온 동료들도 참석하였다. 4.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들에 대해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 현 위기의 본질과 원인을 분석하는 것 * 예수의 가르침과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기반한 우리의 신학적 성찰을 통해, 그리고 다른 교회의 사회적 메시지들과 그밖의 아시아 종교들이 지닌 해방적 전통과 대화하 면서, 특별히 현 위기의 희생자들이 겪고 있는 체험들에 초점을 맞추어 이 위기의 본 질과 원인들을 판단하는 것 * 사회악의 구조들에 대항할 수 있는 실천방법들을 정립하는 것 5. 본격적인 토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가진 개막미사에서, 우리는 서울대교구 강우일 베드로 주교의 강론을 듣고 힘을 얻었다. 그는 아무런 대안없이 갑작스런 실업을 당한 사람들이 매 일 단체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교좌 성당의 모습을 전해주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사회적 관심]을 인용하였다. 우리는 경제적, 재정적, 사회적 메커니즘의 존재를 고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메커니즘은 인간들에 의해서 조종됨에도 불구하고 흔히는 거의 자율적으로 움직이다시피 하며 소수의 부를 강화하고 나머지의 빈곤을 아울러 악화시킨다(16항). 현장체험 6. 포럼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이번 경제위기로 희생된 사람들의 생생한 현실 위에 우리의 토론을 접목시키고자 하였다. 소그룹으로 짜여진 우리들은 다음 장소들을 방문하였다. * 밀린 임금이나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될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의 모임 * 대부분이 실업 상태이자 추방될 처지에 놓여 있으며, 그중 남은 사람들도 경제가 회 복되기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한국 장로교회가 운영하 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 일자리를 얻지 못한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상담과 보건, 그리고 기타 지원사업을 벌이 고 있는 여성센터 및 민주노총(KCTU) 사무실 * 도시 외곽의 유휴지에 무허가 판자집을 짓고 살아가는 도시빈민들의 가정 * 성공회 및 기타 자선단체들이 돕고 있지만 절망과 체념, 분노에 젖어 있는 서울역과 공원 주변의 노숙자들 7.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경제위기가 희생자들에게 끼친 영향들을 구체적인 현 실 속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시아 및 전지구적 차원의 금융, 경제, 정치 및 사회적 위기 8. 우리는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2년째에 접어듦에 따라, 혼란을 겪은 현재의 경제가 앞으로 도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에 특별히 주목하였다. 1980년대에 남미와 아프리카에 닥친 위기와 같이, 현재의 동아시아 위기는 10년 혹은 그 이상 계속될 수 있다. 더구나, 통화 평 가절하의 위협이 몇몇 나라로부터 이 지역의 더 많은 나라들로 확산되고 있다. 9. 현재의 아시아 경제위기는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의 지구화라는 맥락 안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이 지구화 과정의 핵심적 메커니즘은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 규제 의 철폐 및 사유화이다. 자신의 내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개발국과 개도국 사람들(정치가, 금융기구, 기업가 및 학자)에 의해 이러한 지구화 과정의 규칙들이 결정되고 있는데, NGO들을 포함하는 제반 시민사회 조직들의 참여는 거의 배제되고 있다. 10. 우리는 자산과 주식에 대한 과잉투자와 취약한 금융 시스템, 잘못된 정부 정책, 특혜 등 국내적 요인들도 위기의 원인이 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아시아 경제가 금 융 규제를 철폐해 온 맥락 안에서 이들 국내적 요인들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IMF와 세계은행, G7 국가들은 아시아의 금융당국들에 대해 자본거래를 자유화하고, 금융부문에 대 한 외국의 참여를 완전히 개방하라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IMF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고, 막대한 자본의 유입을 조절해 본 경험이 부족한 이들 정부들은 자본의 움직임 을 거의 통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외국자본은 (농업이나 제조업과 같은) 경제의 생산부문 이 아니라 주식시장이나 소비자금융, 특히 부동산에 몰려 들었다. 자본거래의 자유화 조치는 외국은행과 투자가들이 회수를 결정하면 일시적으로 대규모의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의 유입을 초래하였다. 시장에 대한 규제철 폐 조치는 통화 투기꾼들이 외국 투자가들과 내국인 투자가들의 자본유출 흐름에 편승하고, 현지 통화에 대한 투기를 통해 자본의 유출을 가속화시키게끔 만들었다. 11. 금융의 지구화는 개별 국가 정부의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켰고, 통제 및 규제를 행사할 수 있는 주권은 범정부적인 조직들에게로 이전되고 있다. 반면, 국가 정부에 대해서는 투명 성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가해지고 있다. 12. 아시아 경제의 자본거래 자유화를 촉진시킨 기관들 중의 하나가 우선 IMF이다. IMF는 통제받지 않는 자본의 흐름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점이 확실한데도 이를 무시하고, 이들 나 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면적인 금융자유화 조치만 밀고나가고 있다. IMF 의 프로그램들은 위기상황을 더 심화시켰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의 경제는 극적으로 위 축되고 있다. 생산감소나 은행과 기업의 파산을 기준으로 볼 때, 그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엄청나다. 실업으로 보자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최저 생계선 이하로 밀려났으며, 그로 인한 비용은 더욱 놀라운 규모이다. 비록 우리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이 위기가 사람들의 삶에 끼친 참화에 가까운 파급효과들에 대해 도덕적인 의무감 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13.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 아시아 지역에서는 시민사회의 영역이 새롭게 생겨 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NGO들 간의 네트웤을 통해 상호협력하려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 하기 위한 첫 시작이다. 그들은 이 위기를 이해하고, 희생자들의 즉각적인 필요에 응답하고, 국가 및 경제적 차원을 아우르는 대안들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참여적 민 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벌이고 있는 그들의 운동들은 중요하다. 14. 우리는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의 각 부문들 - 농어촌 지역(생계형 농업과 어업을 영위하고 있는 토착 농어민들 등), 비공식적 부문들(가사노동자, 임시계약직 노동자, 행상인, 자영업자 등), 환경(강과 산림, 습지의 공해와 훼손 등) - 에 경제위기 및 IMF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주목하였다. 경제위기는 이 지역의 극 빈층 사람들의 빈곤을 더욱 악화시켰음은 물론, 중간계층에서 밀려난 새로운 빈곤계층을 양 산하고 있다. 15. 아시아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와 종속적인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위기는 그들에게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성들은 정리해고 대상 1순위이며, 대출이나 실업급여 등 제반 구제수단들을 이용할 권리도 제한받 고 있다. 그리고, 주부나 소득이 있는 여성, 농민을 막론하고 경제위기는 빈곤과 실업, 이주 문제의 여성화 경향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성의 상품화와 성적학대 경향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가난한 여성들은 성적 불평등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 어왔는데, 이제 아시아의 경제위기로 인해 중간계층의 여성들 마저도 그러한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우리는 농어촌 및 비공식 부문의 여성들이 이 위기에 대응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원천임을 확인하면서, 그들의 기여가 활성화되어야 함을 깨닫고 있다). 16. 계속되는 경제위기는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벌여왔던 빈곤퇴치 노력의 성과들을 무 위로 만들어버렸다.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개선시키려고 했던 열망들은 이제 실업과 굶 주림, 무주택 등에 대한 공포로 바뀌어버렸다. 경제력 성장에 힘입어 정치적인 영향력과 문 화적인 자신감을 드높이려던 미래의 꿈은 수치와 불안, 그리고 신식민주의에 대한 공포로 대체되었다. 이는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다. 17. 우리는 이번 서울 국제포럼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 태국과 같은 특정한 몇몇 나라들에 IMF 프로그램이 미치는 영향들을 다루었다. 또한, 우리는 17년 동안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 있는 멕시코의 경험들과 비교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18. 인도네시아와 한국, 태국의 경우 긴급 구제금융을 통해 실현된 조치들로 인해 모든 차원 에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가혹한 상황에 처하고 있으며, 거대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전지 구적 시장이 이들 나라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19. 우리는 이들 세 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발제를 들으면서, IMF가 제시한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에 수하르토 독재정권에 대한 정치적, 시민적 소요가 있었던 인도 네시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들 세 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이 일반적으로 유사하다는 사 실에 주목하였다. 20. 멕시코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배운 교훈은, 그처럼 긴 기간동안 구조조정을 겪게 되면 비록 지난 2년간처럼 GDP로 측정되는 경제는 성장한다 하더라도, 구매력으로 측정되는 노 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낮아지고, 최저 생계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인구의 절반에서 거의 2/3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주제별 워크샵 21. 발제들에 이어 포럼은 특정한 집단과 영역들에 경제위기의 여파가 어떻게 미치는가를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주제별 워크샵에 착수하였다. * 농민 및 어민 * 환경 * 도시빈민 * 노동자(특별히 외국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 그리고 * 교회의 대응 * 본당 및 교구 차원에서 * 정의평화 위원회를 통해서 * 교회 쇄신과 구조 조정을 통해서, 그리고 * 에큐메니즘 및 종교간 대화를 통해서. 22. 이런 토론을 통해 우리는 몇몇 주교 협의회로부터 경제위기에 대해 응답하는 중요한 선 언문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정평위나 여타 교회의 모든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는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연대를 표명하고, 현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인간적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예언자적 소명을 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교도권을 앞세우는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평신도들의 당면한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종교간 협력에 대해 폭넓은 개방적 자세를 취하는 일에 사목 적인 우선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분명한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더해, 교 회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지원해 야 한다는 요청도 받고 있다. 신학적 성찰 23. 우리는 특히 가톨릭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이 풍부한 윤리적 성찰의 전통을 지니고 있음 을 깨달으면서, 금융적 지구화라는 새로운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 교회의 모든 차원에서 이 가르침이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진전은 지역교회의 실제적인 체험에 뿌리를 박고, 평 신도들의 전망을 고려하며, 그리스도교인들의 생생한 체험을 통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24. 우리는 가톨릭의 사회적 가르침이 오늘날 전지구적 지평으로 확대되고 있는 연대성의 가치를 더 많이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전해 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가톨릭의 사회적 가르침 은, 개인이나 지역 공동체가 그들의 존엄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의 자율성을 얻고자 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실현되어야 할 권리, 즉 만인이 지닌 소유권에 대한 이해를 더 심 화시켜야 한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서 이 권리는 오랫동안,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그외 의 사람들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소유권으로부터 그들을 배제시킬 만큼 자 신의 소유권을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되어 왔다. 특히, 경제적인 통제권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과, 예를 들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되고 있 는 투자에 관한 다자간 협정(the 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s, MAI)과 같은 국 제 협약들에 대해서, 그리고 유전적 자원들과 원주민들의 전통지혜에 대해서까지도 특허권 을 행사하는 일 등에 대해서 교회의 가르침은 그 이해를 심화시켜야 한다. 25. 지구화는 윤리학에 대한 하나의 도전일 뿐만 아니라, 신학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 다. 현재의 아시아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은총과 진실의 때(kairos)이기도 하다. * 출애급과 예수의 복음이라는 성서적 신앙의 빛으로 식별할 때: 위급한 문제는 무엇인 가? * 변화를 이룰 때: 우리의 개인적 삶의 양식과 발전모델은 어떤 것인가? * 고발할 때: 우리는 돈과 시장을 절대화한 우상들을 고발하는 그리스도교인으로서의 예언자적 소명을 다하였는가? * 전할 때: 현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연대에 기반한 새 세계를 전하고 있는가? *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 속에, 아시아의 문화와 종교들 안에 임하시는 성령이신 하느님 을 깨닫고 맞이할 때 26. 현재를 비판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예수의 가르침과 삶이 지닌 위력을 다시 금 하나의 현실로 만들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2000년 대희년의 빛 안에서, 아시아 경제 위기는 카이로스의 때라는 점이 우리에게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27. 카이로스의 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공동체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새로운 영성이 필요 하다. 교회는 비록 자신이 권력과 결탁함으로써 권력 그 자체가 되거나 우월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를 낮추시고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주님 의 모범과 영성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교회는 그 영성 안에서 세계의(특히 아시아 의) 가난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아시아 사람들의 문화를 깊이 존중하며, 하느님은 다른 종교 안에서도 현존하시고 역사하심을 깨달으면서 그들 종교 앞에서 겸손하게 경의를 표하는 법 을 배운다. 서울 국제포럼의 참석자들은 이러한 3중의 대화 외에는 다른 어떤 접근 방법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아시아라는 불타는 덤불 - 아시아의(특히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투쟁, 근심, 고통, 소망 -에서 들려 오는 성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으며, 사랑으로 모든 사람들을 섬기겠다는 선의와, 다른 종교인들과 헌신적으로 연대하겠다는 우리의 응답을 뚜 렷이 깨닫고 있다. 현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우리의 성찰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것 처럼 생명과 정의의 하느님께 대한 창조적 신앙의 영성과,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통 감하는 헌신의 영성 속에 머물고 있다. 28. 우리는 "더 많이 가져야 한다(having more)"는 에토스가 아니라 "더욱 충만해져야 한다 (being more)"는 에토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연대적 실천을 위한 우리의 행동계획 29. 아시아 경제위기를 바라보면서, 국제금융기구들(the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IFIs)을 근본적으로 구조개혁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록 이러한 제안들이 철저하지 않고, 개혁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즉시 취할 수 있는 구 체적인 행동방안들이 있다. (a) 우리는 자본거래의 완전자유화를 추진하기 위해 IMF가 현행 조항들을 개정하는 일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을 지원하고 참여하기로 결의한다. IMF의 이런 행위는 무책임한 것이다. (b) 우리는 투자가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장치와 의무부과 조치도 없으면서, 국제적 자본의 흐름을 더 자유화시키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다자간, 지역내, 쌍무간 협정들(WTO의 금융 서비스 및 투자협정, 투자에 관한 다자간 협정(MAI), 자본통제를 금지하는 NAFTA의 조치 등)을 반대하는 운동을 지원하고 참여하기로 결의한다. 자본거래에 대한 통제 조치는 반드 시 유지되어야 한다. (c) 우리는 국제적 채권자 및 투자가들이 비용을 분담하게끔 강제하는 조치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긴급 구제금융이 실시되더라도, 지불불가능한 외채로 인해 발생한 손실들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상환을 보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 면 외채는 누적되고, 무책임한 외국은행들과 그 채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의 납세자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당한 짐을 지우게 된다. (d) 우리는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는 반드시 탕감해 주도록 하는 조치들을 지원하기로 결의 한다. 정부로 하여금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외채상환의 책임을 지게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보건, 교육 및 기본적인 안녕들이 희생되고 있다. 최빈국들의 지불불 가능한 외채들을 탕감하자는 국제적 청원운동인 '2000년 대희년을 위한 외채탕감 운동(the Jubilee 2000 Debt Campaign)'은 단지 외채탕감 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식의 외채 가 끊임없이 재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도 요구한다. (e) 우리는 IMF 구조조정 조건들을 폐기하기 위한 조치들, 예를들면 '사회-경제적 개혁과 회복을 위한 아프리카 SAP 대안체계'와 같이 아시아와 남미, 중미 지역에도 시작될 수 있 는 조치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한다. (f) 우리는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social safetey net)을 발전시키고, 충족시키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경제회복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한다. 이러한 계획과 실행에서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 농어민과 원주민, 가난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도시 신흥중간계층 등 특별히 취 약한 사회 부문들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들 집단 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g) 우리는 적절한 인권 기준을 수반하는 올바른 통치행위(good governance)를 위한 조치를 지원하기로 결의한다. 개별국가의 정부 및 국제기구 차원에서의 이러한 올바른 통치행위는 투명성과 책임성(accountability)을 필요로 한다. (h) 우리는 Asian NGOs (ANGOS), Third World Network (TWN), EURODAD, Jubilee 2000 Coalition{{역주 2000년 대희년을 위한 연대모임 }}, F o odFirst, FIAN{{역주 the FoodFirst Information and Action Network }}, Rural Advancement Foundation International, Bankwatch, 50 Years is Enough{{역주 캠페인 이름이자 슬로건. 'IMF의 지배는 50년으로 충분하다'는 취지. }}과 같 은 국제적인 NGO들 및 기타 조직들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캠페인과 로비활동을 벌이기 위한 네트웤을 형성하기로 결의한다. (i) 우리는 예를들어 단기성 투기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Tobin Tax) 와 같은 수단으로 자본의 투기적 이동을 통제하는 조치들을 지원하기로 결의한다. 교회 쇄신을 위한 행동계획 30.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여러 경제정책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격심 한 고통과 괴로움을 공감하면서, 아시아 교회는 자신의 행위와 사고방식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기반한 우리 자신의 회개를 출발점으로 삼아, 보편교회와 연대 속에서 다양한 도전들에 헌신적으로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a) 우리는 아시아 교회가 현 경제위기의 맥락 안에서 스스로의 구조와 사목방향들을 진지 하게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교회 구조가 의사결정을 포함한 모든 단계에서 평신도들 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관리(administration)보다는 사목적 관심(pastoral concerns)에 더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몇몇 나라들의 경우, 대형건 물이나 구조에 대한 투자를 사람과 그들의 요구에 대한 투자로 바꾸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b) 우리는 아시아 교회가 아시아 경제위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인권상황을 감시 하고, 보호 및 증진하는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해고된 노동자와 노숙자들이 자신 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는 권리를 지지해야 한다. (c) 우리는 제 1세계의 지역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연대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아시아 시노드 최종 선언문의 호소를 지지한다. "우리는 제 1 세계의 교회들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말한 '주변화 없는 지구화, 연대성에 기반한 지구화(Globalization without marginalisation, Golbalisation in solidarity)'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 나라의 정부 및 세계은행, IMF, WTO와 같은 세계적 경제기구들에게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를 촉구한다." (d) 우리는 특히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IMF 및 세계은행과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문제와 이들 기구들의 활동들에 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외채문제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NGO들이 나 여러 기층조직 및 희생자들과 대화하면서 정평위의 정책적 입장을 발전시켜나가기를 촉 구한다. (e) 우리는 FABC(the Fedea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아시아 주교회의연합)가 IMF와 세계은행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그들의 정책이 아시아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게 미치는 영향들에 관해 토론하고, 그리하여 이미 부과된 구제금융 조건들을 수정하거나 개입정책의 성격에 대해 이들 기구들이 재고하도록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FABC가 이러한 국제금융기구들(IFIs)과의 대화에 다른 아시아 종교지도자들도 참여하도록 초청할 것을 촉구한다. (f) 우리는 FABC와 모든 가톨릭 평신도단체, 조직 및 운동들이 2000년 대희년 운동을 아시 아 교회 전역을 걸쳐 펼쳐나갈 것을 촉구한다. (g) (i) 우리는 아시아 각국의 주교회의들이 아시아 경제위기와 그로 인해 야기된 불의한 상 황에 대해 가톨릭의 사회적 가르침의 조망 안에서, 그리고 희생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사 목교서 또는 기타 형태의 응답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평신도들, 특히 여성 및 시민사회의 관련있는 NGO들이 그런 문서를 만드는 과정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항상 열려진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교회의 문서와 정책을 마련할 때 모든 단계에서 반드 시 지켜져야 한다. (ii) 우리는 모든 아시아 지역의 주교회의들이 노동과 정의평화 위원회 등을 설치하였듯이, 여성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성차별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특별히 고려할 때, 여성은 자신들의 필요와 요구를 표현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가 필요하다. (h) 우리는 보편교회와 지역교회 모두가 2000년 대희년을 준비, 기념하고 그 후속사업을 진 행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인 불의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촉구한다.